[인생이모작-①] 꽈배기가 찾아준 은퇴 후의 ‘아침’

꽈배기나라 1호점 안국희 점장 인터뷰, 70대 제2의 인생 사는 이들

송준규 기자 | 기사입력 2020/04/28 [14:46]

[인생이모작-①] 꽈배기가 찾아준 은퇴 후의 ‘아침’

꽈배기나라 1호점 안국희 점장 인터뷰, 70대 제2의 인생 사는 이들

송준규 기자 | 입력 : 2020/04/28 [14:46]

턱밑까지 다가온 초고령사회 진입.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부양 비율은 20%에 달한다. 많은 이들은 노인을 '피부양자'로 바라보며 이들이 젊은 세대에 부담만 지운다고 우려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노인들은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청년들은 단순히 노인을 부양해야할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 세대 못지 않은 열정을 품은 '실버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노동이 주는 삶의 소중한 가치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노인부양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고민해본다. 

 


 

지난 2013년 어르신일자리 창출 위해 오픈

작년 매출 1억원 돌파, 응암에 2호점 열어
“아침에 나와서 일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

 

▲ 은평시니어클럽에서 지난 2013년 오픈한 ‘꽈배기나라’. 안국희 점장과 직원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꽈배기를 튀기고 있다.     ©송준규 기자

 

“집에만 있기는 무료하고, 지인으로부터 은평시니어클럽을 소개받았어요. 이런 세계가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아침에 나와서 일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꽈배기나라 1호점. 꽈배기나라의 오픈부터 지금껏 함께해 온 안국희 점장은 올해 77세로 8년째 이곳에서 꽈배기를 튀기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13년 은평시니어클럽에서 어르신일자리 창출을 위해 오픈한 후 맛집으로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작년 매출은 자그마치 1억원을 돌파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응암에 꽈배기나라 2호점을 오픈했다.

  

은평시니어클럽 조범기 관장은 꽈배기나라를 오픈하면서 점장을 맡길 어르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때마침 안 점장이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서 레스토랑을 20년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어 적임자로 낙점됐다. 하지만 제빵 경험과 기술은 전혀 없어 은평구에서 자체 기술교육을 통해 제빵기술을 익혔다.

 

안 점장은 “아침에 나와서 일할 곳이 있는 것, 나이 먹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삶에 활력소가 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 그때 제일 힘이 난다고 강조했다. 

 

안 점장은 꽈배기나라에 처음 왔을 때 생소한 일이여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또한 어르신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동료들이 고집이 있어서 초반엔 의견충돌로 인한 말다툼이 간간히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료들 마음이 맞아가고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껴 지금은 힘이 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꽈배기 나라에서 일하는 시간은 하루 4시간 30분, 3교대로 돌아가며 근무를 진행한다. 급여는 최저시급인 8590원이고 한달 근무시간은 약 70여시간으로 약 6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안 점장은 원칙적으로 9시에 출근해 6시 퇴근이지만, 처음 빵이 나오기까지는 2시간 3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전 장사를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침부터 가게가 운영되려면 7시부터 와서 빵을 준비해야 한다. 사무실에서는 일찍 출근하는 것을 못하게 하지만 우리가 2시간은 봉사하자고 의논하고 일찍 나와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점장은 “자식들한테 손벌려 용돈을 받아 쓰는 것보다 내가 벌어서 쓰는거에 감사한다. 손목이 좋지 않아 장애3급을 받았지만, 나이들면 집에서 쉬어도 아픈건 매한가지”라며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 우리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가게가 모두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꽈배기나라 만의 장점에 대해 묻자 그녀는 아이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청결·맛은 다른 가게보다 높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문화저널21 송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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