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논란 합창계, 창작 늘리는 것이 대안

시립 합창단 창작 예산 늘리고, 불교계도 작품 개발 적극 나서야

박명섭 기자 | 기사입력 2021/07/03 [09:52]

종교편향 논란 합창계, 창작 늘리는 것이 대안

시립 합창단 창작 예산 늘리고, 불교계도 작품 개발 적극 나서야

박명섭 기자 | 입력 : 2021/07/03 [09:52]

부산시 공연 재발 방지 약속,  불교측 처벌은 철회

시립 합창단 창작 예산 늘리고, 불교계도 작품 개발 적극  나서야 

 

지난 6월 24일 부산시립합창단의 기독교 찬양곡 공연으로 촉발된 종교 편향성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고 있다. 7월 1일 부산시 송삼종 문화체육국장이 범어사를 방문해 적극적인 재발 방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측의 요구대로 현재로서는 시에 편향 공연을 금지하는 조항이나 처벌 등의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번 공연으로 사실상의 문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 놨다. 그러면서 “특정 종교에 편향된 공연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충분한 방안을 모색해 2주 내로 다시 불교계와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 문제가 제기된 공연의 포스터 (사진출처=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


불교계 측의 지적은 부산시립합창단이 제182회 정기연주회 ‘위로의 메시지’를 개최했는데, 애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평화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아 마련됐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 윌리엄 월튼의 ‘벨사살의 향연’은 전곡 기독교 찬양곡이다. “주님은 나의 목자이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시로다. 주님의 날이 가까워 왔습니다” 외에도 두 곡에는 성경의 구절이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전곡 찬송가만 불러 종교편향 및 우리 사회의 종교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 받는 부산시립합창단에 대해 민주노총 부산시립예술단 지부는 '예술 표현 자유'를 내세우며 두둔하고 나서는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국립합창단에 까지 수년간의 레퍼터리를 분석해 종교편향이란 비판이 가세되자 합창계는 '종교와 문화의 구분없이 서양 명작에까지 종교 문제로 몰아 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은 "국악이나 무용단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불교음악이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며, "노골적인 찬송가 등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자제해야겠지만 종교와 예술은 분리되는 것에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합창 지휘자들은 이번 갈등으로 합창 문화가 크게 위축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가고 있다. 

 

이영조 원로작곡가(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는 "예술도 시장논리가 적용된다. 좋은 무대는 좋은 음악을 찾는다. 앞으로 불교계가 좋은 예술음악을 많이 내놓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며 "나는 기독교 신자이지만 오래전에 오페라 ‘처용’과 ’황진이‘에서 승려들이 합창 하는 장면을 썼고 해외 공연도 많이 했다. 그리고 가끔은 사찰도 찾는데, 불교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사찰을 찾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재를 음미하러 가는 것이지 종교행위가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짙은 한국적 음악을 작곡 하다보면 민속과 함께 일정부분 피할 수 없게 불교를 공부하게 되고 그 소재를 녹여 반영하는 부분도 있기에 예술차원에서는 경계가 없다고 본다. 이는 기독교와 불교 상호간에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도 "서양음악사나 오페라 작품에서기독교 내용을 빼면 과연 몇 작품이 살아남을 것인가?"라며 "단지 다중(多衆)이 모이는 공공극장, 시민세금이 투자된 공공합창단이 지나치게 특정 종파의 전도적인 성격의 찬양은 장소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음악의 최적이 성당이나 교회인 유럽과 달리 우리가 공연장에 너무 기울어 있는 것은 자제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이번 사건이 종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아야 하고 불교계도 과감한 음악 투자를 통해 지휘자도 길러내고 작품도 만드는 등의 변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합창 갈등은 지난 4년 전 대구에서 촉발되어 이번 부산에 이어 서울로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합창계의 한 원로는 "잊을만 하면 간헐적으로 제기되는데 이렇게 계속 밀리는 것보다 확실하게 한번 붙어서 정리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다소 격앙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부산시립합창단 이기선 지휘자는 "어떤 형식이로든 합창계의 전체 동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가 대안을 마련해 다시는 갈등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원만한 해결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창작 예산 늘려 시대에 맞는 우리 정서 작품 개발이 해법

 

박정선 작곡가(전  단국대 음대 학장)는 "국가기념일, 호국보훈의 달 등에 예산이 없어 우리의 맞춤형 창작작품을 연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런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우리 작곡가들의 능력이 서양 음악사를 넘는 시점인데 우리의 창작작품을 늘려 연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 될 수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은 예산의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기 위해서 공무원들의 조례나 제도를 바꾸는 것은 예술발전에  절대 도움이 안되며 그 대체방안으로 작품의 쿼터제를 생각해 볼것을 제안한다. 그렇다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질이 떨어지는 작품을 무대에 올려놓아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종교곡을 무대에 올릴때에 예술적이고 음악적인 내용이 핵심이며 이번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국립합창단의 창작 칸타타 시리즈 포스터 (사진출처=국립합창단 홈페이지)


한편, 불교연합회가 이번 공문에서 주장한 것은 △최근 10년간 부산시립합창단 공연 중 종교편향 실태 상세 내용 공개 △종교편향 연주 상임지휘자 및 관계자, 관리책임자 문책 △종교편향 진행 시 해촉 및 처벌가능 지자체 조례 제정 △부산광역시장 서면 공식 사과 등을 요청했었지만 처벌이나 문책은 사실상 철회한 입장이다. 

 

이제 공은 합창계로 넘어왔다. 공론화를 통해 어떻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市)와 불교계가 상호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저널21 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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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까 2021/07/05 [17:29] 수정 | 삭제
  • 불교계 인사들이 저리 저급한 인식을 갖고 있을줄은 몰랐네 일단 국악 공연에서 불교음악부터 빼자고 해~
  • 불교 2021/07/04 [00:35] 수정 | 삭제
  • 대구와 부산시민들은 이제 역사적으로 가치있고 예술적으로 뛰어난 합창작품의 감상기회를 불교계에 의해 박탈당하고 말았다. 무식하면 가만히라도 있지...중간이라도 가게...너희들이 뭔데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마져 박탈하는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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