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위기, 홀드백 법제화 답 될까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3/12/11 [09:00]

영화관 위기, 홀드백 법제화 답 될까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3/12/11 [09:00]

영화관 이용객이 점점 줄고 있다. 코로나 19 이전 한국 영화산업의 핵심 동력은 극장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팬데믹 이전 국내 극장 관객 수는 7년 연속 연간 2억 명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관객 수는 5839만 명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같은 기간 평균 1억99만 명이었던 것의 57.8%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코로나19 기간 넷플릭스가 주도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OTT 한국영화시장 비중은 2019년 26.8%에서 2020년 60.3%로 크게 성장했다.

 

이렇듯 국내 영화 산업이 어려워지자 영화계에서는 재도약을 위한 '홀드백(hold back)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홀드백은 영화가 상영관 이외의 다른 플랫폼에 유통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것을 말한다. 과거 IPTV 등 플랫폼에 적용되던 홀드백이 OTT 시장의 확대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돼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정기간 상영 후 OTT행 허용 필요성↑

프랑스, 영화 개봉 후 15개월 뒤 넷플릭스 오픈

"홀드백, 한국영화를 살리는 방법"

 

▲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지난 8일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가 열렸다.  © 이한수 기자

 

이러한 논의를 위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영화산업 재도약을 위한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자인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는 자국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영화 독점 기간을 두는 유럽을 예로 들었다. 유럽은 크게 ▲법률 ▲지원 제도 ▲사적 계약 등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 불가리아는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까지 36개월의 홀드백 기간을 뒀었다. 하지만 지난해 넷플릭스와 협상을 통해 '3년간 연 매출액의 4%(최소 4000만 유로)'를 프랑스나 유럽 영화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홀드백 기간을 15개월로 줄였다. 

 

▲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가 '한국영화산업 재건을 위한 미디어 홀드백 법제화'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 이한수 기자

 

노 교수는 "앞으로 극장 시장이 더 축소되면 한국영화 수익률도 함께 감소한다"며 "이 때문에 투자·개봉작 등이 줄고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되면서 지원정책 축소와 한국영화 다양성 감소로 이어져 점점 시장 노쇠화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영화, 영상산업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가 홀드백"이라며 "이것을 정하는 것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영향력하에 무너진 한국영화, 영상산업의 질서를 회복하고 토종 OTT를 살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영화 회사, 극장의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 '범죄도시' 제작사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홀드백의 질서는 영화산업 100년을 걸치면서 업계의 여러 이해당사자가 서로의 이해에 가장 맞는다고 해 자연스레 정리된 이상적인 질서"라며 "OTT 업계가 오리지널 작품을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시장 장악을 위해 홀드백의 질서를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홀드백 질서의 파괴를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자사의 이익을 위한 일일 뿐"이라며 "멀리 보면 영화업계 전체가 고사하는 길로 가는 질서의 파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은 불법다운로드가 심각한 문제였던 2000년대 초반보다 더 심각하다"며 "넷플릭스 등으로 인해 한국영화는 2, 3주만 있으면 안방에서 거의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정서가 팽배해져 있다"고 말했다. 

 

▲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 기념사진  © 이한수 기자

 

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협회장도 "코로나 기간 줄어든 홀드백은 극장을 찾으려는 예비 관객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극장관람료보다 저렴하게 OTT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몇몇 작품은 해당 시기에 극장 상영을 패스하고 OTT 서비스로 직행해 월 정액 서비스로 어디서든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자사의 구독자 수 유지를 위해 영화를 하나의 수단으로만 여길 뿐 한국영화산업 활성화에 대해 어떠한 진정성도 갖고 있지 않다"며 "글로벌 OTT는 제작비와 일부 수익만을 보전해줄 뿐 모든 IP를 가져가고 추가 수익에 대한 합당한 분할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투자·배급사들이 글로벌 OTT와 맺은 계약들이 너무 다양하고 내용도 상이해 업계 자율적으로 무너진 유통질서를 바로잡기에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홀드백에 대해 타 국가처럼 법률로 그 기간을 명시함으로써 한국영화산업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역시 "중요한 건 극장 산업은 살아남아야 하고 이는 시장에만 맡겨서는 쉽지가 않게 됐다"며 "극장과 IPTV, OTT가 각자의 포지션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왼쪽부터)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한수 기자

 

정치권에서도 공감을 표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속 가능한 영화산업 생태계를 위해 영화관 시장 회복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라며 "그 방안 중 하나로서 홀드백 법제화는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관 시장 재건과 한국영화산업 재도약의 동력 마련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OTT 시장 확대와 홀드백의 붕괴로 인해 높은 수익을 얻는 영화 대부분이 고예산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중소영화와 영화사가 소외되며 영화시장이 기형적인 생태계로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국의 영화산업을 지키기 위해 홀드백 법제화, 투자·영화상영 쿼터제, 계약형태 제한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역시 최근 홀드백 정상화와 법률 체계 정비, 개봉촉진 펀드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며 국내 영화산업 수호와 K-영상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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