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떡값’이라는 받기 좋은 봉투가 있다.
물론 과거 정경유착 등에서 파생된 청탁성 봉투가 ‘떡값’으로 불리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지만, 이름 그대로 고향에 내려가거나 먼 길로 출장을 떠날 때 손윗사람이나 직장 상사, 기관장들이 주는 ‘격려성’의 용돈은 우리나라에 있는 하나의 문화다.
누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봉투에는 목적이 있다. 청탁과 이에 따른 인사, 단순 격려 등이다. 분명한 봉투의 목적은 당사자만 알 일이지만 제삼자도 봉투의 취지를 알 방법이 있다. 바로 ‘금액’이다.
통념상 목적 없는 격려성 봉투에는 ‘10~20만 원’이 들어있다. 그 이상의 금액이 들어있는 봉투는 어떤 목적이 있는지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 강수현 양주시장이 해외 순방을 앞둔 시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강 시장에 돌렸다는 이 봉투에는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모두 ‘100달러’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봉투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두에게 똑같이 전해졌다.
이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봉투’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송영길 봉투 사태와 비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해당사자인 같은 당 의원들에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수천만 원의 봉투를 건넨 사건과 기관장이 해외 출장 시의원들에게 여야 할 것 없이 똑같이 ‘100달러’의 봉투를 건넨 것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바라보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해 논평을 통해 “강수현 양주시장이 시의원과 공무원 등에게 해외연수 경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현금을 불법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발발 뛰었다.
하지만 격려, 소통 및 현안 점검 등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행한 일상적인 직무활동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당 사건이 벌어진 시기도 지난해 8월로 선거와는 거리가 멀다.
사회 통념상 10만 원의 인사치레는 김영란법에서도 허용하는 범위다. 해외 출장의 경우 달러로 환전하면 단위의 편의를 위해 100달러를 주기도 한다. 굳이 100달러의 인사 봉투를 환율까지 계산해가며 수백만 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만들어낸 정치인들의 목적이 더욱 궁금하다. 선거에 이용하고 싶었을까? 당사자들이 돌려줬던 사실을 ‘의혹 제기’로 포장한 것도 재미있다.
과연 시의원들은 100달러가 든 봉투를 강 시장에게 돌려주면서 ‘청탁이나 로비는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정쟁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을까.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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