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요구는 오디션 거부하려고 한 사람을 매도하는 것"

[인터뷰]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입장을 듣다

배문희기자 | 기사입력 2010/04/02 [00:05]

"사퇴요구는 오디션 거부하려고 한 사람을 매도하는 것"

[인터뷰]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입장을 듣다

배문희기자 | 입력 : 2010/04/02 [00:05]
오디션을 계기로 불거진 국립극장 사태가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사퇴 요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은 "언어폭력과 오디션 캐스팅 비리, 측근 특혜 등 무용단을 파행적으로 운영했다"며 지난 3월 29일 배 예술감독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화저널21은 3월 31일 배정혜 예술감독을 만나 단원들의 주장에 대한 입장과 해명을 들어봤다.
 
배 감독은 "단원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로 지나친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며 "무용계의 발전과 예술의 질적 향상에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소신을 껶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박현수 기자
<언어폭력 주장에 대해>
평소 언어폭력을 했다는 단원들의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임산부에게 언어폭력을 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사실이 없으며 언어폭력을 해서 임산부가 유산을 했다던지 하는 사례가 전혀 없습니다.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제가 단원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하거나 저지했다면 어떻게 아기를 가졌겠습니까?
 
단원들에게 아이 1명은 몰라도 3~4명을 낳으면 춤을 추는데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고 유머스럽게 말한 기억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언어폭력이라면 예술감독으로서 어떻게 단원들을 이끌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가 폭력으로 불거진다면 예술감독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없습니다. 말 한 마디를 확대해석하고 왜곡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언어폭력을 행했다는 일부 단원들의 주장에 대해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특혜성 주장에 대해>
일부 측근 라인에게만 캐스팅 특혜를 부여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무용수마다 재능과 개성이 다릅니다. 예술감독은 그들의 재능과 개성에 맞는 배역을 맡겨 최대한 재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모, 장모 단원에게 그 사람에게 맞는 역할을 줬을 뿐입니다. 그들이 내 측근이라서가 아닙니다. 작품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에 캐스팅한 것입니다. 측근 라인이라서 편애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으며, 무용단에는 측근 라인이라는 것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단원들에게 항상 무용단에 스타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스타를 키우려고 노력했지 결코 스타를 죽이기 위해 캐스팅한 것이 아닙니다.
 
또 이모, 장모 단원에게만 주요 역할을 준 것은 아닙니다. 다른 단원들에게는 그 단원의 개성과 재능에 걸맞은 역할을 줬으며 그 역할을 통해 커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예술감독이 편애를 한다는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 실력이 뛰어난 단원을 배제한다면 그것이 도리어 편파적인 것이 아닙니까? 단원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인재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게 오히려 편법이고 비리인 것 같습니다. 또 비방이 무서워서 예술감독이 무대를 책임지지 못하면 예술감독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타가 없는 무용단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골고루 나눠 먹자고 그러면 얘기가 안됩니다. 인원이 많이 모이면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쳐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 먹는다면 예술이 나올 수 없습니다. 베토벤은 베토벤 하납니다.
 
측근 라인에게만 외부활동을 눈감아 줬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용단 활동에 지장을 주는 단원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휴가기간에 외부활동을 하고자 하는 단원들에게 허용을 해줬습니다. 규정상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에도 자기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는 행사라면 죽이지 않고 키워줬습니다.
 
이모, 장모 단원에게만 허용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됩니다. 외부활동을 허용한 단원들을 지금 주먹구구식으로 따져봐도 30명은 됩니다.
 
<오디션에 대한 입장>
국립극장 단원들의 오디션 거부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저도 춤을 춘 사람으로서 단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보통 때 연습을 하다가도 누가 와서 특별히 본다 하면 위축되고 떨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단원들은 단체에 입단할 때 엄격한 심사를 통해 들어온 프로 중의 프로입니다. 프로인 이상 평가에 대한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특히 국립극단은 개인 예술가로 입단한 것이 아니라 단체의 활동을 위해 입단한 것입니다.
 
이해도 가고 동정도 가지만 오디션을 거부한다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운영해왔던 상시평가제도에 부작용이 있었습니까?
 
상시평가제도엔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용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한 제도였습니다.
 
저는 단원들의 기량에 대해 조금의 불만도 없습니다. 항상 국립무용단원들을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상시평가제도는 단원들의 기량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름뿐인 평가제도였습니다. 그래서 오디션 제도를 전격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26일 열린 국립무용단 오디션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오디션에 6명의 단원만 참가했습니다. 3분의 1도 채 안되는 인원만 오디션에 임하고 나머지 단원들은 오디션에 임하지 않는 등 먼저 파행을 일으키고서 오디션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단원추천 심사위원을 배제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무근입니다. 오디션 보는 단원 6명에게 추천을 하라고 해서 단원추천 심사위원 2명을 배정했습니다. 
 
단원들은 지난 2001년 당시에도 배 감독님의 오디션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01년 당시를 얘기하자면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만약 그때 부정을 저질렀다면 그때 당시에 나를 내쫓았어야지 왜 10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스스로 떳떳하기 때문에 제가 무슨 부정을 저질렀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간 공정하게 단체의 발전과 예술의 질을 높이기위해서 항상 노력해왔고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디션의 공정성은 어떻게 입증할 수 있습니까?
 
예술에 있어서 공정성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 도리어 묻고 싶습니다. 예술에 있어서 공정성의 기준이라는 것은 아주 어려운 것입니다. 예술은 4지선다형 답안지가 아니고 철저히 주관식이기 때문입니다. 
 
춤에서는 외모도 중요하고 키도 중요합니다. 심지어 머리가 난 모양까지도 굉장히 좌우가 됩니다. 또 무용을 아무리 잘해도 안무 순서를 외우지 못해도 안됩니다. 살이 쪄도 둔해보일 수 있고 너무 말라도 힘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의 메뉴얼로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공정성은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있는 단원에게 점수를 덜 주고, 실력이 없는 단원에게 친하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준다면 양심이 없는 행위일 것입니다.
 
<사퇴요구에 대한 입장>
무용단 단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한 심경은 어떠하십니까.

 
15살 때부터 남에게 춤을 가르치기 시작해 벌써 50년째입니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폭력을 안 쓰고 양순한 선생으로 이름이 났습니다. 춤이 안되거나 안무를 이해하지 못하면 화를 내기도 하고 무섭게 가르치는 지점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상식 이하의 언어폭력을 했다면 벌써 쫓겨났을 것입니다.
 
단원들이 기량향상을 위한 오디션을 거부하기 위해서 한 사람을 인신공격하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무용단 단원들의 진정서를 읽은 소감은 어떠하십니까.

진정서를 밤새 꼼꼼히 읽었는데 진정서 내용이 다 내 마음과 사건과 다른 얘기라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부분에 밑줄을 치다보니 모든 부분에 밑줄을 긋고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만 콕 찍어서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할 수가 없을만큼 모든 부분이 왜곡돼 있습니다.
 
근거가 있는 얘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 하나, 제가 자격이 없다며 자진사퇴하라는 얘기만 알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퇴진할만한 이유가 있다면 퇴진해야겠지요.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들과 근거 없는 이야기를 이유로 퇴진할 수는 없습니다.
 
<she is...배정혜 예술감독>
▲6세때 춤 시작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0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최우수 예술가상 무용부문 ▲1994년 자랑스런 서울시민 600인상 ▲1996년 한국문인협회 가장 문학적인 상 무용부문 수상
 
문화저널21 배문희 기자 baemoony@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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