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뮤지션

CD는 음악가의 명함

탁계석 | 기사입력 2011/01/18 [11:04]

현명한 뮤지션

CD는 음악가의 명함

탁계석 | 입력 : 2011/01/18 [11:04]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아날로그의 상당수가 빛을 잃은 듯 하다. 그 중에서도 심한 타격을 입은 것의 하나가 레코딩이다. 인터넷상에 몇 백원만 주면 음원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올리면 전 세계 사람들이 본다. 

 이런 편리성과 흔함이 음반 제작을 위축시켜 좋은 음원이 필요한 방송국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방송국이 나서서 제작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음악의 질 저하가 우려가 된다.
 
음악가들은 자신의 발표 무대를 확장하기 위해선 자신의 얼굴을 알릴 필요가 있고 그 보다는 정확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막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만들려면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 과정을 잘 모르면 준비에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좋은 음반 하나로 톡톡히 효과를 본 뮤지션들은 누가 자기처럼 음반을 만들까 쉬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과정을 잘 일러주지도 않고 노하우가 있는 음반 제작사를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
 
사실 레코딩은 유학에서 조차 배우지 못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된다. 음악의 해석, 정교한 표현법을 물론이고 톤칼라 감각, 성악의 경우 발성, 발음 등 세심한 과정은 너무 많은 것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준비 그 자체가 한 단계 도약인 것이다. 레코딩을 위해선 우선 전문가에게 컨설팅부터 받아야 한다. 무엇을 담을 것인지, 연주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비는 얼마나 드는지, 어떤 컨셉으로 갈 것인지. 디자인, 유통, 홍보는 어떻게 하는지. 학교나 선생님으로부터 배우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음반을 만들어 큰돈을 벌려는 사람은 없다. 음반은 실력을 나타내는 증표다. 예전처럼 연주회 팜플릿을 내어 교, 강사의 실적을 참고한다면 이는 정말 케케묵은 구시대적 착오다.
 
음악은 음악으로 소통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모든 공공기금지원 시스템에서도 서류로 할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평가하고 심의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음악가들이 끌려가서야 되겠는가.
 
매년 작곡 발표회를 하고, 정식 음반을 만들고, 악보화 작업을 치열하게 하는 이가운데는 국악작곡가 안현정의 작업이 돋보인다 . 나의 作詞 ‘불고기’, ‘막걸리송’, ‘오래된 정원’, ‘新오우가’등을 만든 까닭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테너 박세원, 이영화, 소프라노 김인혜, 피아노 이혜경, 베토벤 전곡의 이연화, 김대진, 첼로 양성원, 홍성원, 엊그제는 또 소프라노 고미현이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음반이 출시된다며 연락이 왔다. 곡의 사용도 묻지 않아 저작권 위반(?)이 있지만 필자를 놀라게 해주려고 했다니, 그의 재치와 시장개척 의지가 놀랍다.
 
음반은 음악가의 명함이다. 아니 어디든 날아가는 날개다. 음반이 상업적 유통을 위한 것은 아니라하더라도 cd는 여전히 무한 확장의 소스(source)다. 늦은 때가 빠른 때인 법. 음악가들은 자신의 예술적 캐릭터가 담긴 명함을 만들어야 한다.
 
이 기회에 꼭 소개하고 싶은 한 분이 있다. ‘드림쉐어(dream share)의 남인호 대표’다. 그는 사업가라기보다 레코딩의 가치 확립에 장인정신의 고집으로 일관해온 진정한 레코딩 아트디렉터다. 한지영 작곡가의 음반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은 테너 이영화와 일 년을 물고 늘어졌다니 꼭 필요한 분이 아닐까 싶다.
 
솔티, 칼라스 등 기라성 같은 세기의 별들의 음악을 담았던 전설적인 emi의 월터 레그와 decca의 존 컬쇼가 우리에게도 있어야한다. '거장들의 녹음현장'(글항아리사 펴냄)을 우선 읽어 보시라. 이런 전문성이 있어야 음악도 발전하고 음악사도 기록된다.
 
엊그제 1월 16일 오페라의 날, 예당콘서트홀 로비에서 명함 하나 달라는 팬에게 테너 임웅균이 말했다. ‘제 얼굴이 명함’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명함은 무엇인지요?
 
탁계석 예술비평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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