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살리기를 위한 7가지 상생 프로젝트

레코딩은 최고의 실력 검증 수단

탁계석 | 기사입력 2011/01/28 [14:15]

가곡 살리기를 위한 7가지 상생 프로젝트

레코딩은 최고의 실력 검증 수단

탁계석 | 입력 : 2011/01/28 [14:15]


▲ 드림쉐어 레코딩 현장에서 음악을 해석하고 있다     © 문화저널21
 
청중은 가곡을 좋아하는데 발표자는 배워온 서양 레퍼토리만 고집한다. 귀국 연주회이니 배워 온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할 것이다. 그러긴 해도 이솝의 두루미의 식사 초대처럼 관객을 억지춘향으로 묶어두면 곤란하다. 프로그램에 詩가 적혀 있어 분위기는 안다고 하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답답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솔직히 평론가인 입장에서도 힘들 때가 많다. 

귀국 발표회가 가족친지 콘서트라면 클래식 입문의 좋은 기회도 될 터인데 청중을 배려하지 않아 첫 인상을 구기는 것은 좋지 않다. 음악회가 끝나고 ‘지루해서 혼났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기악 연주회도 마찬가지. 우리 창작이 한 곡 쯤 들어가면 오히려 숨통이 트일텐데,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이처럼 붕어빵 프로그램이 관행이 되어 흘러오고 있다. 케케묵은 의식을 바꾸고 관객과 소통하는 새로운 성격의 클래식 콘서트 틀을 만들어야 상생의 길이 열릴 것 아닌가. 모두들 연주 테크닉이 높아졌고 평준화된 만큼 이제는 개성적인 자기 음악을 만들어야 돋보인다. 남의 나라 작품만으로 음악회를 하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겠는가. 작품성의 우열을 떠나 자존심도 없는가. 

한국 지휘자들의 레퍼토리 성향을 보아도 철학이 없고 문화를 읽는 고민이 없다. 지휘자는 그저 흔드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이 어느 때 인데 날만 되면 안익태 타령인지. 어디 대한민국 관현악곡이 어디 50~ 60년 전 것 밖에 없단 말인가. 이제는 ‘신세’가 아메리카가 아니라 한류문화를 타고 코리아가 되어야 한다. 

 좋은 곡을 찾지 않고 먹던 음식 다시 내놓는 게으른 식당주인이 되어서야 음식점이 잘될 수 없다. 서울시합창단이 음식노래로 된 ‘콘서트 레스토랑’을 선보인다고 하니 얼마나 신선한가.

알지 못하면서 체면 박수를 쳐야 관객, 서양문화 전도사 지휘자, 이런 환경을 두고 가곡 활성화, 한국음악의 세계화를 외친들 緣木求魚(연목구어)가 아닌가. 가곡의 혁신적인 相生 프로젝트 7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연주자의 입장에선 발표회가 교, 강사의 실적이라 믿기 때문에 대중성 보다 학구적인 프로그램 짜기를 한다. 앞으로 20~30%의 창작쿼터가 시행되도록 연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➀청중 출구조사 등을 통해 반응을 계속 데이터화하면서 제도 개선을 한다. ➁ 평론가, 연주가, 작곡가들이 우수 가곡을 선별한다. ➂ 가곡 음반을 제작하고 악보집을 만들어 유통해야 한다. 음반은 연주가의 명함이자 살아있는 최고의 실적증명이다. 한 예로 어느 작곡가는 3년 동안에 두 장의 음반을 발매, 한 해도 거르지 않은 작품 발표회, 악보집까지 만든 성실함으로 교수가 되었다하니 교수가 되려면 남다른 치열한 작업을 해야 한다. 

 ➃ 가곡의 사회적 확대를 위해 방송 및 문화센터 가곡 교실개설 등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확대한다. ➄ 가곡의 세계화를 위해 성악, 합창 장르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 ➅ 공연장 및 오케스트라가 의무적으로 가곡 콘서트를 마련한다. ➆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학술 및 토론회를 개최한다.

얼마 전 ‘전통가곡’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안았다. 그렇다면 지난 백년동안 만들어 부르던 서양기법의 가곡은 쇠태를 맞고 말 것인가. 

 만시지탄이지만 대학이 가곡을 정식 교과로 받아들여 훌륭한 세계의 가곡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와 함께 발성, 딕션 등을 가르쳐야 한다. 테너 임웅균 교수가 예종에 가곡 클래스를 개설한 것은 가곡사의 업적이다. 

일말의 희망적인 기류는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백명씩 가요를 배우던 층이 이제 70세~ 80세 노인세대가 되어 신세대들 여성들이 참여를 꺼리면서 거꾸로 ‘가곡교실’이 활성화되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가곡보급으로 잘 알려진 대구의 테너 박범철은 가곡 아카데미로 알려진 성악가다. 이동활의 음악정원 카페도 공로자다. 이런 성공사례가 있는데 왜 벤치마킹하지 않는 것일까. 

어느 성악가가 기업 회장님들 앞에서 시를 낭송한 후 가곡을 불렀더니 그렇게 좋아 할 수 없더라는 것이다. 우리말로 만든 가곡은 우리 정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 소통할 수 있다. 지금도 fm방송에서 좋은 가곡은 청취자들의 반응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련된 작품성이 있는 詩와 歌曲의 質 확보가 관건이다. 

살면서 많은 것을 누리고 혜택을 본 세대들은 말한다. 후배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필자는 누리진 못했지만 삶의 높은 완성을 위해 뼈를 깎는 精進(정진)을 할 것이다.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부짖는 귀국 연주가들과 생활고에서 허덕이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음악가들을 볼 때, 뭔가를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가곡은 클래식의 상수원이다. 특히 우리 방송이 가곡을 烹(팽)시키고 출연자들에게 지나친 뮤지컬 넘버를 강요하는 등 문화를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예술가는 어디까지나 예술적 자긍심과 문화를 지켜야 한다. 봄을 맞아 비평가협회가 가곡 살리기에 물꼬를 터보려고 한다. 가곡을 온 몸으로 살아오신 원로 선생님들과 현장 성악가 분들의 협조를 당부 드린다. 아울러 지난 달 1월16일 타계하신 우리 가곡의 선구자요, 가곡‘ 남촌’의 작곡가이신 김규환 선생님의 冥福(명복)을 빕니다.
 
탁계석(예술비평가협회 회장)
1>
기사제보나 보도자료는 master@mhj21.com 또는 070-8291-4555, 미술로 misul@mhj21.com
본 기사의 저작권은 문화저널21 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가곡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