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大笒)에스며든 향기 가람 이진숙

김광한 | 기사입력 2008/06/07 [06:16]

대금(大笒)에스며든 향기 가람 이진숙

김광한 | 입력 : 2008/06/07 [06:16]

대금(大笒) 가락에 스며든 시의 향기 가람 이 진숙 시인  

▲ 가람 이진숙 시인     © 김광한
모든 상품에는 상품 고유의 브랜드라는 것이 있어서 상품의 특질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 그것은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이름과 성이 있고 행동과 성격을 통해서 한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람 이진숙, 그는 우선 시인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우리나라의 수천 명의 시인 가운데 그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브랜드 같은 것이 있다면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아호이다. 가람이란 순전한 우리 말로 강(江)을 의미한다.

오래전에 작고한 국문학자 이병기 선생의 아호(雅號)가 가람이란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분의 아호를 따서 쓴 아호는 아니고 스스로 자의적으로 쓴 아호가 가람인데 가람이란 말은 가장 우리 정서에 맞는 말이기도 해서 썼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의 이름이다. 진숙이란 어감이 갖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그가 쓴 시에 붙어 있는 진숙이란 이름을 얼핏 보면 여자인줄 착각하게 하는데 그는 여자가 아니라 엄연한 남자이다. 이것도 그가 갖는 브랜드라면 조금은 아이로니칼 하게 들린다. 그리고 마지막, 그는 시낭송회나 문학행사 때는 언제나 대금(大笒)을 소지하고 등장한다. 잘 다려진 한복에 대금이란 전형적인 한국의 선비를 의미하기도 한다. 때로는 혼자서 풀밭에 앉아 대금을 비스듬하게 들고 숨소리를 집어 넣는 모습을 보면 무슨 도사(道士)같기도 하고  오래전에 이땅에서 살았던 선비가 신선이 되어서 하강한 것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에 오장원의 전투에 승리한 제갈공명이 수레에 앉아 대금을 부는 모습은 가히 영상적인 효과가 극대화되는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작고한 소설가 최인욱의 취적(吹笛) 또한 주인공의 신비한 정신 세계를 묘사하는데 일품이었다. 그는 시낭송회 때나 문학모임에 누가 뭐라지 않아도 대금(大笒)을 소지한채 나타나서 "바람소리" 섞인 곡들을 연주한다. 대금과 이진숙 시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의 관계인 것이다. 대금 부는 것을 다소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매우 단순하고 쉬운 것인 줄 아는데 그것이 아니다란 것을 대금을 배우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비록 그 재료가 대나무라고 하지만 그 가격이 여간 만만치가 않다. 구조가 다소 복잡한 것은 백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이진숙 시인이 행사장에 갖고 나오는 대금이 그렇다. 이진숙 시인을 더 알기 위해서는 대금(大笒)에 대한 약간의 상식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어서 소개를 한다. 

저(箸) 또는 젓대라고도 하며 한자로 적(笛)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악기를 가로로 비껴들고 한쪽 끝 부분에 있는 취수(吹口)에 입술을 대고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가로로 부는 대표적인 악기이다. 대금은 〈삼국사기〉에 중금(中笒)·소금(小笒)과 함께 신라 삼죽(三竹)이라 하여 그 어휘가 처음 보이며,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중앙아시아나 중국 대륙에서 사용되던 것이 고구려에 전해지고 다시 신라에 받아들여져 정착된 듯하다. 재료로는 해묵은 황죽(黃竹)이나 쌍골죽(雙骨竹)이 쓰인다. 쌍골죽은 마디 사이가 짧고 살이 두껍고 단단하여 호흡으로 인한 습기에 잘 견디며, 맑고 여문 소리를 내기 때문에 황죽보다 즐겨 쓴다.

음역은 2옥타브 반 정도에 이른다. 음색은 저취(低吹)에서는 폭넓고 부드러운 소리, 평취(平吹)에서는 맑은 소리, 역취(力吹)에서는 꿋꿋한 느낌의 장쾌한 소리 등을 지니고 있으며 그 변화가 다양하여 독주악기로 애용된다. 대금의 종류에는 정악대금과 이보다 장2도 정도 높은 소리를 내는 산조대금(시나위대금)이 있다. 2가지 모두 합주곡을 연주하기 전 여러 악기들의 조율기준으로 사용되는데 이 관습은 고려시대에도 있었다.

가장 한국적인 이름과 아호, 그리고 즐겨 다루는 한국의 전통 악기인 대금, 한복, 그것들이 그가 갖고 잇는 삶의 외형적인 브랜드라고 하면 내면적인 브랜드는 역시 시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사랑이 시간속에 익으면 / 이진숙


사랑이 시간속에 익으면
정이란 이름으로 포근 해 지더라

더러는 매정하게 돌아서기도 하지만
그건 사랑이라고 부르지 말자

한겹 두겹 허물을 벗어서 그대에게 입혀주고
더 이상 벗을 허물이 없을 때
당신의 허물은 내 허물이 되더라

앞으로 뒤로
모로 보아도 무덤덤한 믿음만 남는
내가 못나서 익어버린 정이 좋더라
사랑에 찌들어 삭은 향기가 좋더라


사랑이란 말은 모든 대상의 주제가 된다. 특히 시나 소설과 같은 문자를 이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에서 사랑이란 언제나 주인공이 되어왔다. 사랑이란 그 표현 방법이 시인마다 달라지고 내용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사랑이란 끊임없이 지속이 되는 좋은 마음의 "오감"이라고 할때 그 마음이 과연 오래동안 변치 않고 지속이 될 수 있을까. 요즘처럼 사랑이란 말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들쭉날쭉 하는데 그 정의를 다시 한번 내려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랑이 시간속에 익으면
정이란 이름으로 포근해지더라

더러는 매정하게 돌아서기도 하지만
그건 사랑이라고 부르지 말자

<본문 시의 일절>
이진숙 시인은 나름대로 사랑의 정의를 내려보았다. 사랑이란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남의 허물을 감싸주고  내 허물로 만들어버리는 마음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마치 "토머스 머튼"의 시 침묵처럼 마음이 상했을때 답변하지 않고 내 마음 명예에 대한 방어를 하지 않으면서 나가 갖고 있는 공(功)을 남의 치덕으로 돌리는 마음을 그는 사랑이라고 했다.사랑의 시간이 오래 지속이 되면 그 사랑은 정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포근하고 아늑해지는 법, 마치 곰삭은 젓갈처럼 형언할 수 없는 맛이 배어있는 그 마음이 사랑일진데 요즘에는 요란하게 사랑이란 말만 앞장 세우고 진정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해가고 잇는 것이 시인은 여간 못마땅하지가 않다. 그가 대금을 비스듬한 자세로 혀를 축여가면서 부는 것은 남들 보기에 멋을 내기 위함이 아니요, 진정한 사랑의 소리를 내기 위함인 것을 알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미친 소 / 이진숙


청계천을 걷는다
시위대의 목소리가 들리고
맑은 물은 못 들은 척 흘러간다
언제까지 일까

달콤한 멜로
편이와 개발을 앞세운 치정에
숭례문은 훨훨 역사의 재가 되고
반 평생 지하철 굴에 받쳐 얻은것은
페암과 퇴출

생계의 위협
종족번식의 사명이 위태로운데
인류의 존재는 얼마나 더 영위를 누릴까
100년 동안 오염이 고이면
바다고기와 바지락
좋아하는 청미역은 먹을 수 있을까

수천개의 핵탄두는 어디로 향하며
무기로 둔갑한 곡물은
아사 직전의 병든 심장을 노린다
푸른계천은 복원된 듯 말이 없이 흐르고
미친 소는 날뛰고
인간이 만든 재앙은 태양 아래 빛나고 있다


시인이란 원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다.남의 걱정까지 받아서 내 걱정으로 만드니 남들보다 걱정이 두세배 더 많아서 얼굴에 웃음이 감돌날이 없는 법이다. 청계천의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그 청계천을 만든 분을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 청계천을 만든 작품위에서 사람들은 떼지어 아우성을 친다. 청계천의 맑은 물은 쉬임없이 흘러가기만 하는데 인간들의 목소리만 점점 커지고 있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인간만이 미쳐 날뛰고 있는 느낌이다.육백년을 묵묵히 서울의 중심지 한가운데 잇으면서 가난하고 딱한 백성들의 무언(無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남대문이라 이름하는 숭례문이 미친 노인의 한 사발 휘발유로 인해 몽땅 타버린 황폐한 도심, 거기 또다른 함성이 들린다. 마치 미친 소고기를 먹어본 것처럼 날뛰면서 청계천 갔다온 것을 무슨 자랑거리나 되듯이 떠드는 갈길 모르는 오늘의 젊은이들, 시인은 그래서 걱정이 많다. 부존자원 하나도 없이 오직 남의 나라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이것을 가공해서 팔아먹어 겨우 나라를 유지 하는 우리에게 그 남의 나라를 욕하는 성정은 어디서 나왔는지 알수가 없는 노릇이다.미친소는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점점 미쳐가고 있는 현실을 시인은 탄식하는 것이다. 이진숙 시인의 현실인식이 빛을 발하는 시어의 집합이 아닐 수 없다.


담 배 83  / 이진숙


하루가
담배 타듯 가고
한달이 두달을 넘고
일년이 십년을 가로질러 갔다

바람이 속삭이겠지
빨갛게 타는것이 네 전부였다고
타는 비밀도 모른체
온 몸을 태우고 흩어지는 재
이것 마져 순간이겠지

후회는 하지 않아
눈, 비 속에도
칠 팔월 태풍에도 꺼지지 않았어
마른장작 타듯이 타지는 않았다구
얌전한 촛불과도 달랐지
성냥을 그어도 불꽃이 일더군

나는 달랐어
담배 불 이였으니까
불꽃 한번 없이도 타야했고
불꽃 한번 없어도 뜨거웠다구


담배를 통해 삶의 진실을 이야기 해보는 시인의 독특한 형태의 시작(詩作)이 눈물겹도록 애잔하다.거리마다 금연 이란 글자가 요란한데 정작 담배 본인은 아무런 죄없이 사람들에게 매도를 당하는이유조차도 모른다.담배는 피우는 자의 기쁨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온몸으로 불을 받아서 연기를 만들어 하늘로 날린다.그리고 스스로 재가 되어버린다.

담배값 겉표지에 끔찍한 말을 써붙인 것도 모른채 담배는 피우는 주인의 즐거움을 만족시키기 위해 온몸을 태워버린다. 이렇듯 충실한 시종이 어디있는가.누구라도 담배같은 인생을 한반쯤 살아본 사람만이 담배가 불꽃을 내면서 몸을 태우고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배로 의인화해서 생각해보는 철학적인 작품의 시가 연작으로 계속이 되는 것은 작가의 시정신의 승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담배의 불꽃처럼 사라져 가는 세월
담배의 불꽃이 되듯 하는 사랑
그리고 담배의 불꽃을 만들어내개 위한
시인의 시적인 몸부림

이것들이 어우러져서 담배라는 일찌기 볼 수 없는, 연작시를 발표하는 시인의 마음, 대금을 불면서 해소하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가 시인을 황홀하게 만든다. "한울문학"으로 등단해서 짧은 시간내에 많은 시를 썼고 불러주는데가 있으면 어김없이 대금을 들고 달려가는 사랑의 시인,그는 대금연주가이면서 작곡가이기도 한다. 연전에는 "혼자된 시간의 자유"라는 시집을 발행하기도 했다.기부문화를 활성화 시켜 주위의 소외된 이웃을 한형제로 묶어보려는 "기부운동협회"의 고문이기도 하다. 

본 코너 (시인의향기)에 소개될 촉망되고 훌륭한 시인을 문화저널21 편집국 (02-3667-4555)또는 이메일(master@mhj21.com  /  mh0100@naver.com)으로 추천 하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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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사가 2008/06/20 [05:29] 수정 | 삭제
  • 육백년을 묵묵히 서울의 중심지 한가운데 (잇으면서) 가난하고 (닥한) 백성들의 무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남대문이라 이름하는 숭례문이 미친 노인의 한 사발(;휘발발유로) 인해 몽땅 타버린 황폐한 도심
  • 하사가 2008/06/20 [05:25] 수정 | 삭제
  • 달콤한 멜로/편이와 개발을 앞세운 치정에/숭례문은 훨훨 역사의 재가 되고
    반 평생 지하철 굴에 받쳐 얻은것은 /페암과 퇴출
    이 시에서 멜로와 페암이 무슨 뜻인지요?
  • 송포 2008/06/18 [18:42] 수정 | 삭제
  • 대금과 시는 서로 같이 걸어 가야 할 운명같은 조화 아닐까요
    보리밭에서 대금을 불며 한을 달래던 울림을 들었습니다
  • 전세원 2008/06/10 [05:23] 수정 | 삭제
  • 언제나 보아도 평화롭고 따스한 모습 대검소리 에 그 여혼 더욱 아름다워라 !!!
    김작가님 ! 쓰시는 글마다 어쩜 이렇게 감동을 주십니까?
    다른분들의 글도 모두 훌륭하다고 답글 올려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가 부끄럽습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 박혜숙 2008/06/10 [00:13] 수정 | 삭제
  • 때로는 혼자서 풀밭에 앉아 대금을 비스듬하게 들고 숨소리를 집어 넣는 모습을 보면 무슨 도사같기도 하고 오래전에 이땅에서 살았던 선비가 신선이 되어서 하강한 것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이것보다 더 깊은 표현은 없을 것 같습니다...시로 하여금 대금으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의 정서에 위안이 되고 기부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가람님.....김광한 선생님의 박식하신 평으로 더 멋진 시인으로 거듭나시기를 바라며...한참 머물러 시인의 자세와 정신을 생각해 봅니다...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쓰시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 소연/김태순 2008/06/09 [21:33] 수정 | 삭제
  • 첫 대면으로 뇌리에 남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상기됩니다~ 악기를 다루며 그 맑음으로 시를 읊을 수 있는 시인이야말로 진정 마음과 혼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주를 들으며 감미로웠습니다.. 가람님의 시 또한 투명하게 마음에 담아지네요~ 건안하시고 좋은 글와 소리로 이어지는 고운 인연이길 바랍니다 김광한 선생님의 박식하신 해설에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늘 후배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선생님께 감사의 고개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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