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행사에서 사라진 태극기…잃어버린 위상유관순 열사 기리는 행사서도 ‘태극기 흔들기’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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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놓고 “대한독립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왜 친박 집단에 의해 더럽혀져야 하느냐”, “대한민국 국기법 위반으로 고소당해야 한다”, “친박 단체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바람에 태극기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태극기 집회가 오히려 태극기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하필 태극기 집회라는 이름을 붙여서 태극기의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태극기 집회의 이름을 바꿀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촛불집회에서도 태극기가 마치 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유물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한 듯,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눈치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국민들이 이제 태극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탄핵기각을 떠올리게 돼서 뿌듯하다”라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로 박사모가 태극기를 마치 ‘탄핵기각’의 전유물로 삼았다는 이는 문제가 된다. 친박집회에서 태극기를 이용해 벌이는 행동들에는 ‘대한민국 국기법’에 위배되는 행동들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대한민국 국기법 제11조 국기 또는 국기문양의 활용 및 제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깃면에 구멍을 내거나 절단하는 등 훼손하여 사용하는 경우, 혹은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태극기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국기 또는 국기 문양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태극기를 보고 탄핵기각을 떠올린다거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익돼 다른 이들로부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라면 태극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친박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 탓에 3·1절에 태극기를 안 달겠다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30대 주부는 “3·1절에는 태극기를 다는 것이 원칙인데, 순수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친박 단체로 오인될까봐 걱정스럽다. 그냥 이번에는 안 달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근처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주말만 되면 태극기 때문에 이제 트라우마까지 생길 지경이다. 이제는 태극기를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기인데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태극기의 위상을 이정도로 추락시킨 친박단체들이 원망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국민들로 하여금 태극기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태극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국기법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친박집회에서는 대한민국 국기법 제10조 국기의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0조2항에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 등 각종 행사에서 수기(手旗)를 사용하는 경우 행사를 주최하는 자는 국기가 함부로 버려지지 아니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3항에는 국기가 훼손된 때에는 이를 지체 없이 소각 등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작 친박 태극기 집회에 가보면 태극기를 깔고 앉는 것은 비일비재하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태극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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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경미화원은 “태극기 집회가 끝나고 나면 구겨지고 찢어진 태극기가 바닥에 마구 버려져있다. 치우는 것이야 우리 일이니까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기인데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건가 싶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얼마 전에는 쓰레기통에 마구잡이로 쑤셔 박히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태극기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애국을 외치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저렇게 함부로 다루느냐”, “태극기부터 소중히 하고 애국을 얘기하라. 애국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애국지사라 말하느냐”,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태극기 함부로 구기고 버리지 않는다. 좀 부끄러운 줄 아시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박사모를 비롯한 친박 단체들은 오는 3·1절에 태극기를 들고 대대적 집회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3·1절은 일본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쳐온 선조들의 거룩한 얼을 기리는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고 탄핵반대를 주장하기 위한 날은 절대 아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