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녹십자는 7대3 배분을 좋아하나 보다

이승호 | 기사입력 2019/07/18 [16:33]

[기고칼럼] 녹십자는 7대3 배분을 좋아하나 보다

이승호 | 입력 : 2019/07/18 [16:33]
  • 혈액백 담합 사건 단순한 처벌로 끝나선 안 돼
  • ‘헌혈’사업관리 들여다보는 계기 돼야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 두 회사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공동구매에서 담합을 수년간 일삼아 오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이들 두 회사는 적십자사의 혈액백 단가 입찰에서 7:3의 비율로 예정 수량을 나눠 갖고, 투찰가격 담합을 지난 2011년부터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말해, 적십자사에서 헌혈 피를 담을 용기(혈액백)를 1000개 발주하면 녹십자엠에스가 700개, 태창산업이 300개씩 납품하자고 미리 짜고 납품가격에서 두 회시가 경쟁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득을 취한 것이다.

  

공정위는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6억9800만 원을 부과하고, 녹십자엠에스와 소속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두 회사는 검찰 조사를 통해 처벌을 받겠지만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공정위의 발표에 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대다수 국민이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헌혈’ 과정에 필요한 용기(用器)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득하고, 혈액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환자들의 호주머니와 건강보험 예산을 가로챈 악성 담합을 적발해 엄중히 처벌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말처럼 헌혈하는 우리 국민은 자신의 소중한 피 한 방울이 긴급한 환자들에게 수혈되고, 백혈병 환아들에게 기부되고, 또는 의약품으로 만들어져 소중히 사용될 것을 확신하며 자발적인 헌혈에 나선다.

 

헌혈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선한 의지의 한 가지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단순하게 입찰 담합에 대한 처벌로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소중한 피 ‘헌혈’이 과연 올바르게 관리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적십자사가 발주하는 혈액백은 전체 헌혈 사업에서는 극히 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혈액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 헌혈로 모인 ‘혈액’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누구에게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담합은 없는지, 국민의 자발적 헌혈을 두고 누군가 배를 채우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하여간 녹십자는 7:3으로 배분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회사인 것 같다.

 

이승호 더케이헬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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