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별똥 / 정지용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4/27 [08:14]

[이 아침의 시] 별똥 / 정지용

서대선 | 입력 : 2020/04/27 [08:14]

별똥

 

별똥 떠러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 ‘시간을 낭비’한 것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일 후회 된다고 하였단다. 그것도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이 허망하다고 했다고 한다. 인간생태학 연구자 칼 필레머(Karl Pillemer) 교수가 65세 이상 노인 1500명 이상의 어른들에게 인생을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노인들의 대답이었다고 보고하였다. “다음날 가보려,//벼르다 벼르다” 그만 어른이 되어버린 분들 중에는 ‘최상주의자(maximizer)’들이 있다. 

 

‘최상주의자’들은 ‘슈드 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에 사로 잡혀 ‘이러 이러 해야 한다‘는 원칙만을 추구하기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멈추는 것, 빈 공간이 있는 것은 바로 뒤처지는 것이자 퇴보라고 여긴다. 최상주의자들은 작은 성취를 만족하지도, 기뻐하지 못하고 늘 자신을 닦달하고 더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채찍질 한다. 만족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해하며, 허덕이고 힘들어 하면서도 ‘지금 멈추면 영원히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다. 그러나 불안을 일으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강박적일 정도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며 가족도, 자신도 돌보는 일에 소홀하다 번 아웃(burn out) 상태에 빠지고 난 후에야 망가진 태엽처럼 멈추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불안을 일으키는 두려움에 대한 두려운 강박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느낄 때, 장기 목표만 보고 달려왔던 태도를 바꾸어 단기 목표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우선 ‘하루의 시간’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오늘 하루만이 나의 삶에 주어진 유일한 시간인 것처럼 생각하며, 무엇을 가장 소중한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 정해보는 것이다. 유년시절 꼭 찾아내고 싶어 “마음해 두었던” “별똥별”을 찾아 나서는 것은 오늘 하루라는 시간 속 어디쯤에 넣을까. “벼르”기만 하고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던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다음날”로 미루기만 했던 가족과의 대화는 언제쯤이 좋을까. 그렇게 오늘 하루에 충실한 것이 인생전체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 수는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삶의 시간을 쓸데없는 걱정으로 낭비하고, ‘최상주의자’의 길에서 낙오 될까 안절부절 하는 하루를 지내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시간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앞으로 남은 삶을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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