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어미 소처럼 / 윤효

서대선 | 기사입력 2023/09/25 [10:04]

[이 아침의 시] 어미 소처럼 / 윤효

서대선 | 입력 : 2023/09/25 [10:04]

어미 소처럼

 

뾰족이 엉덩이에 뿔이 난 그 아이가

붉으락푸르락 한나절 넘게 풀어 놓던 

푸념들을 주섬주섬 다시 챙겨 들 때까지

가지런히 챙겨서 다시 감싸 안을 때까지

내가 한 일이라곤

고개를 끄덕여 준 것뿐이었다

그것도 가만히 가만히 끄덕여 준 것뿐이었다.  

 

# ‘글래드스턴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디즈레일리는 ’내‘가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된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글래드스턴(William E. Gladstone)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는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로 당대에 총리를 지냈던 지성인이었다. 어떤 여성이 이 두 사람과 각각 식사할 기회를 가진 후에, 두 사람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어느 총리가 의사소통의 고수였을까? 

 

의사소통(意思疏通) 또는 휴먼 커뮤니케이션(human communication)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란 의미를 지닌다. 상호 간 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매체로는 구어(口語)와 문어(文語)는 물론 몸짓, 자세, 표정, 억양, 노래, 춤 등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까지 포함된다. 우리가 상대방과 대화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말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말의 내용이 전체 의사소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이며, 그 외에 목소리, 표정, 태도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93%를 차지한다고 한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잘 들어주기’가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가 이야기하는 중에도 자신이 할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평가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의사소통이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다. 

 

대화 중에 갑자기 조언이나 평가를 듣게 되면, 우리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조언이나 평가를 위협 요소로 받아들여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편도체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코르티솔(cortisol)과 교감신경계의 투쟁 또는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일으키는 아드레날린(adrenalin)의 분비가 촉진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도 상승해서 서로 주고받는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뾰족이 엉덩이에 뿔이 난 그 아이가/붉으락푸르락 한나절 넘게 풀어 놓던/푸념”처럼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뇌의 부위는 배측 전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전측 뇌섬엽(anterior insula) 부분이 활성화된다. 고통을 처리하는 뇌의 이 영역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거부당했을 때나, 다른 사람과 관계가 단절되어 심리적 연결이 끊어졌을 때 느끼는 심리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같아서,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보다 어린 상대와 의사소통을 할 때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면, 시인은 “어미 소처럼” 들어 주어야 한다고 전언한다. 어미 소가 새끼 소를 품어 주듯, 온몸으로 들어 주어야 한다. 시선은 집중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고 “그것도 가만히 가만히 끄덕여 주고”, “뾰족이 엉덩이에 뿔이 난 그 아이가/붉으락푸르락 한나절 넘게 풀어 놓던/푸념들” 속에 겉으로 드러난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은 속에 있는 의미를 파악해야 하며, 중간에 이야기를 중단시키거나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 주는 것이다. 상대가 이야기하는 핵심사항을 잘 파악해야 하며, 가끔 눈 표정이나 손짓, 진심 어린 표정으로 상대가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들어주는 사람은 솔직하고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의 배경까지도 고려하여 듣는다.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방식과 상대방이 대접받고 싶은 방식은 다르다. ‘상대방이 대접받고 싶어 하는 대로 그를 대접하는’ 것이 좋은 대화이며, 상대를 대접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상대방의 언어로 잘 들어 주는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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