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쇠똥구리 지구론 / 이봄희

서대선 | 기사입력 2024/01/08 [08:48]

[이 아침의 시] 쇠똥구리 지구론 / 이봄희

서대선 | 입력 : 2024/01/08 [08:48]

쇠똥구리 지구론

 

돌아볼 새 없다

쇠똥구리 쇠똥 경단을 굴리며 간다

미물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저래 봬도 지구를 배워 실천 중이시다

앞날이 무섭다고 염려들 하나

쇠똥구리는 앞이 보이지 않아

앞날 따윈 무섭지 않다

 

우시장 가는 소들의 흐린 표정 사이로

경단을 다칠까 조마조마하다

인정사정 보지 않는 발굽들

깜깜한 앞날이 훤한 소들에게

발굽 밑 안위란 없다

치열한 노역의 순례

천운과 요행을 통틀어 협업 중이다

 

보수한 경단을 굴리는 동안

자신의 몸속에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장기長技는 노동이자 재산이다

대형비치볼을 떠받들고 가듯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끝내 놓지 않던

지구집*에 대한 애착

나뭇가지에 걸쳐 앉은 노란 낮달 해쓱하다

 

미래를 이주시키는 여정이 끝나고

종種의 새로운 행성을 찾아

활짝 편 날개 푸르르 날아오른다

 

      *여행가 한비야가 ‘지구촌’ 대신 사용한 언어  

 

# ‘있을 때 잘했어야 했는데.’ ‘땅 위의 카나리아’라고 불리는 “쇠똥구리”가 멸종된 지 50여 년 만에 우리 곁으로 오게 되었단다. 1969년 8월 이후 공식적 채집기록이 보고되지 않았으며, 절멸되었던 “쇠똥구리”를 2022년부터 몽골에서 830마리를 입양하여 쇠똥구리가 살아갈 수 있는 적합한 서식지를 선정해 순차적으로 방사하였다고 한다. 쇠똥이나 굴리는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굳이 해외에서 모셔오기까지 한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소설 <25시>의 작가 콘스탄틴 게오르규(Constantin Virgil Gheorghiu, 1916-1992)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잠수함에서 근무했다. 당시 잠수함에는 산소측정기가 없었기에 병사들은 산소농도에 민감한 토끼를 태웠다고 한다. 토끼의 반응을 보고 잠수함 속의 위험을 감지했는데, 게오르규는 이 경험을 자신의 작품 속에 들여와 시대 변화에 민감한 시인, 작가를 ‘잠수함 속의 토끼’에 비유했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19세기만 해도 탄광에서 자주 일어났던 가스중독 사고를 줄이기 위해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갱도로 들어갔다. 일산화탄소와 메탄에 유독 약한 카나리아의 이상증세를 통해 갱도 속의 위험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 한다. 쇠똥구리도 ‘땅 위의 카나리아’라고 불린다.   

 

쇠똥구리는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Scarabaeidae)에 속하는 곤충이다. 쇠똥구리는 배설물을 공 모양으로 뭉친 다음 뒷다리 사이에 끼우고,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로 굴려서 자신의 은신처인 땅속에 배열해 둔다. 일반적으로 소똥 한 덩어리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2달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쇠똥구리는 단 2일 만에 자기 질량의 250배를 경단으로 빚어 땅속으로 끌고 가기에 버려진 소똥에서 파리와 기생충의 번식 기회를 주지 않아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쇠똥구리가 만든 경단 속에는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O)같은 온실가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경단으로 만들어 땅속에 묻어 둠으로써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방출되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소똥 속에 들어 있던 질소(Nitrogen)가 토양 속에 신속하게 되돌려 지면서 식물이 자라는데 가장 중요한 질소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또한 쇠똥구리가 땅 위와 땅속을 지나다니며 토양의 통기성을 높여 토양의 질을 높여준다고 한다. 그러기에 쇠똥구리는 땅의 영양을 촉진하는 농부의 역할을 하며, 강과 바다의 질소 오염을 막아주고, 메탄을 감축하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소와 쇠똥구리는 공진화(coevolution) 관계 속에 생존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쇠똥구리가 멸종된 이유는 생태계 변화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이 발달하면서, 살충제와 항생제가 섞인 배합사료가 주로 사용되어 쇠똥구리의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1억 년 전에는 공룡의 똥을 굴렸고 오늘날은 소와 말 같은 대형 동물의 똥을 굴리면서 생태계의 위대한 분해자로 진화했다. ‘땅 위의 카나리아’라고 불리는 쇠똥구리가 사라진 땅은 위기의 땅이다. 우리나라에서 쇠똥구리가 절멸됐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쇠똥구리가 지구에서 완전히 멸종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오염된 땅과 파리와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배설물 속에서 고통받을 수 있을 것이며, 대기는 메탄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이고, 강과 바다는 더욱 빨리 오염될 것이다. 토양은 병들고 식물들의 성장은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은하수를 바라보는 지구촌의 생명이 인간뿐일까? 아니다. 쇠똥구리도 은하수를 바라보며 길을 찾으며, 달과 태양을 보고도 길을 찾아가는 생명체라고 한다. 동그랗게 만든 소똥 경단을 굴리며, 별자리를 지도 삼아 자신의 처소로 귀가하는 ‘자연의 청소부’, 이따금 굴리던 경단을 세워놓고 물구나무를 서서 춤도 추는 ‘땅 위의 카나리아’가 “지구집”에서 마음껏 자손을 늘리고, “미래를 이주시키는 여정이 끝나고/종種의 새로운 행성을 찾아/활짝 편 날개 푸르르 날아오”르는 모습을 우리 사는 들판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볼 때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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