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소금 사막 / 류미야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7/06 [08:52]

[이 아침의 시] 소금 사막 / 류미야

서대선 | 입력 : 2020/07/06 [08:52]

소금 사막

 

바닥이 안 보일 때 그곳에 가 보리라

 

슬픔도 끝없으면 눈물조차 마르는 걸

 

그곳은, 눈물 버리고 돌아오기 좋은 곳

 

# 바닥을 볼 수 있는 “소금 사막”은 처음부터 사막이었을까? 바다였던 곳이 마르고 말라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소금 결정들로 변한 바다가 사막을 이루는 소금 사막이 햇빛에 하얗게 반사되면 하늘과 땅의 경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금 결정들이 투명하게 비추어 장관을 이룬다. 하늘과 땅의 경계조차 지우는 소금 사막에 서 있노라면, “바닥”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소금 사막”도 처음부터 사막이 될 줄은 몰랐으리라. 어느 날 거대한 바다의 바닥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일이 벌어지기 전까진 깊고 푸른 바다였던 곳이다. 남극에서 노래하면 북극에서 화답하는 고래들이 스쳐 가고, 거대한 무리를 이룬 고기 떼가 군무를 추고, 부드럽게 흔들리는 산호초 속에서 졸린 눈을 비비는 작은 고기들이 커튼 같은 물결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에 지느러미를 고르던 아름답고도 푸른 세상이었으리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바다의 판을 가르고 바다의 바닥을 높이 솟구쳐 오르게 하자, 언제나 바다일 것 같았던 바다의 일부는 거대한 산맥이 된 지형 아래 갇힌 채, "슬픔도 끝없으면 눈물조차 마르는" 오랜 시간을 지나 “바닥”을 드러낸 사막으로 변한 것이다. 삶의 불연속성 앞에 모든 걸 휘발 당하고, 사리 같은 소금 결정만 남긴 채 “소금 사막”이 된 것이다.

 

우리도 삶의 불연속성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불행과 절망의 충격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은 위로한다고 ‘다 괜찮아 질거야’ 라고 하지만, 자신이 당하지 않아 다행인 것 같은 무관심으로 보이기도 하여 더욱 힘들지 않았던가. “바닥이 안 보일 때”, 시인은 “바닥”을 드러낸 채 밝은 햇살 아래서 하늘과 땅의 경계도 잊게 만드는 “소금 사막”을 정신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면역지점으로 삼고자 한다. 특정 운동에서는 ‘낙법(落法)’부터 배운다고 하지 않던가. 자신이 떨어질 바닥이 두렵고 무서워도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닥”을 마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넘어진 그 바닥을 치고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 그 바닥마저도 “소금 사막”처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하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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