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대추꽃 / 한상호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7/27 [08:48]

[이 아침의 시] 대추꽃 / 한상호

서대선 | 입력 : 2020/07/27 [08:48]

대추꽃

 

아무도 모르라고

 

몰라도 괜찮다고

 

잎인 듯 줄기인 듯

 

붉어지면 

알 거라고

 

# ‘크게 한번 상처를 주어야 해.’ 대추나무 이파리 사이로 아기별 같은 “대추꽃”이 “잎인 듯 줄기인 듯” 피어난 텃밭 옆 대추나무를 보며 충고해 주시던 이웃집 아저씨 말씀에 눈이 둥그레졌다. 대추나무 허리쯤 갈라진 나무줄기 사이에 커다란 돌을 끼워 주거나 도끼나 낫으로 줄기를 쳐서 상처를 내주어야 튼실한 대추 열매가 열릴 거란다.

 

상처 입은 대추나무가 열매를 더욱 실하게 맺는다는 것은 『동국세시기』에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풍속으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 대추 열매는 나뭇가지 속에 탄수화물이 질소보다 더 많을 때 열매가 많이 맺히고 맛도 좋다는 것이다. 나무줄기가 깜짝 놀랄 정도로 상처를 입게 되면 뿌리에서 올라가던 질소가 상처 입은 줄기에서 주춤거리게 되고,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도 상처 입은 줄기에서 뿌리로 내려가기 어렵게 되어 탄수화물의 농도가 높아진 상태로 꽃자리에 영양이 뭉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튼실하고도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선 유기적으로 협동하던 뿌리와 이파리가 열매를 위해 결탁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튼실하고도 많은 대추 열매를 얻으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과감히 푸른 이파리들과 뿌리의 결탁과 공조를 찍어내는 희생을 감내하고, 열매에 필요한 영양분을 선택하여 “대추꽃”에 집중적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찢어지는 줄기의 고통, 도끼에 찍히듯 ‘크게 한번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얻을 수 있는 열매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얻은 대추 열매는 인간의 건강과 식생활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조상님 제사상과 차례상에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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