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인구정책-②] 지역 간 격차에 정부가 꺼낸 해법 ‘개입’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7/07 [15:08]

[독일의 인구정책-②] 지역 간 격차에 정부가 꺼낸 해법 ‘개입’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3/07/07 [15:08]

“대한민국은 2070년이 되면 인구 절반이 65세 이상이 됩니다” 통계청 발표다.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확히 바닥없는 출산율 감소가 고령화를 견인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인구 비중 18.4%가 2037년이 되면 31.9%, 2070년이 되면 46.4%가 된다.

 

수백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건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처참한 출산율뿐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딱 들어맞는 해법이 없다는 방증이다. 이쯤 되니 해외 언론과 싱크탱크들도 한국의 출산율을 주요 관심사로 뒀다. 급기야 영국, 미국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정책의 실패’라며 비꼬기에 나섰다.

 

사실 저출산 문제에 예산을 쏟아붓는 행위도, 구경꾼처럼 뚝뚝 떨어지는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는 것에서도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정확하게는 해법 보다는 의식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의식구조는 정치는 물론 경제와 복지를 아우르는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만큼, 뭐 하나 건드리기 난해하다. 

 

전문가들은 인구분포와 산업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독일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기에 나섰다. 독일은 선진국 중 이례적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 Perspectives of Spatial Developmentin Germany. Federal Office for Building and Regional Planning(2006) / 자료 출처

 

현재도 진행 중인 인구, 산업의 수도권 집중화

비수도권은 청년 유출, 수도권은 일자리 양극화 ‘악순환’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감소국가로 전환되었고,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로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고, 그 속도도 빠르다.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특히,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에서 보다 심각하다.

 

원인은 분명하다. 비수도권에서 청년 인구의 유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명문 대학과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일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독일은 유럽에서도 극히 드물게 인구와 산업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산된 구조로 되어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독일이 도시권 단위에서 인구와 일자리, 인재양성, 연구개발지원 등의 기능이 한 덩어리로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 기업의 본사(BMW, 지멘스 등)와 중소기업이 수도권에 집중하지 않고 지방의 다수 도시권에 입지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2014년 기준 포춘 글로벌 500에 포함된 독일 기업 28개 중 수도인 베를린에 입지한 기업은 1곳에 불과했다.

 

김진범 국토연구원 균형발전지원센터장은 “본사가 이처럼 전국에 골고루 입지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설이 있다”면서 ▲연방제 국가로 굳이 수도에 입지할 필요가 없다 ▲본사 대표가 자신의 고향의 입지를 선호했기 때문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세계적인 대학과 가까이 있는 곳이 유리했기 때문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독일이 동과 서로 구분될 때 동독에 있던 기업들이 다수 서독으로 이전 ▲자치권을 가진 소도시들의 연합체이기 때문 등의 다양한 가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 国土交通省(2014)ドイツの地域分散の状況について. / 자료 출처

 

지역간 격차 문제 중앙 정부가 적극적 개입

부유한 지자체가 가난한 지자체 지원하는 형태

지자체간 소모적 경쟁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

 

독일의 국토구조가 분산형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도 강하게 작용했다. 먼저 독일은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의 목표를 ‘동등한 생활조건 확보’에 두고 있다. 

 

이런 정책의 목표는 실제 법에서도 분명하게 적용되고 있다. 헌법에 해당하는 ‘독일연방공화국기본법’ 제72조 제2항에 근거를 제정된 ‘연방공간정비법’은 독일의 국토정책에서 동등한 생활조건이란 교육, 의료, 소비 등 생활조건이 전국 어디에 살더라도 동등(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님)한 것을 의미한다고 명시했다. 

 

가령, 모든 사람은 초등학교 인근에 살 수 없지만, 초등학교에서 걸어서 30분 이내에 통학할 수 있다면 이 범위가 초등학교 학군의 동등한 생활조건이며, 각종 공공시설의 이용 범위를 설정해 그 범위내에서 이용하는 것을 동등으로 규정한 것이다.

 

때문에 국토계획을 세울 때 최상위 목표로 ‘동등한 생활조건 확보’를 세우고 이를 위한 ‘생활인프라’ 정비정책으로 중심지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주 간과 주 내 기초지자체간 재정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제도도 시행된다. 이를테면 부유한 주가 가난한 주정부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자체 간의 지원은 주별로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연방정부에서 강력하게 개입해 가능해졌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점은 독일이 인구와 산업 정책에 있어 ‘동등한 생활조건 확보’라는 목표로 추진되는 ‘중심지체계’ 정책을 주정부가 강하게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읍면동 수준인 ‘게마’ 단위에서 설치되는 각종 공공시설의 종류와 규모 등을 ‘게마’에 맡기지 않고 주라는 공간단위에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주정부가 주도해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부 개입은 초기에 도시와 농촌간 생활조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최근에는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동되고 있다.

 

김진범 센터장은 “우리와 경제적, 사회적, 제도적으로 배경이 다른 독일의 정책을 여과없이 도입하는 무모하다고 판단되나, 기존 정책이나 제도를 보완하는 형태로 도입을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공공이 집중 투자해야 할 지역을 설정하고 있지 않은데다, 기초지자체가 정부나 광역지자체의 보조사업 획득을 위해 다른 기초지자체와 소모적인 경쟁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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