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칼럼] ‘전라도 천년사’ 발간 논란

김충환 | 기사입력 2023/08/22 [16:13]

[김충환 칼럼] ‘전라도 천년사’ 발간 논란

김충환 | 입력 : 2023/08/22 [16:13]

 

전라북도,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가 공동으로 ‘전라도 1000년사’를 간행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역사정상화 전국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일부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공인의 효과가 있는 만큼 일부 식민사학자들의 주장을 공인된 역사적 사실로 기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경상도 신라, 전라도는 백제, 북한 지역은 고구려와 지리적 심리적 연계되어 한국사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삼국시대 때는 백제 땅이었고 그전에는 마한 지역이었고 그전에는 고조선에 속했던 호남지역의 명칭이 전라도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라고 한다.

 

전라도 지방은 bc194년 고조선의 준왕이 위만에게 권력을 찬탈 당한 후 금마저 지금의 익산지방으로 천도하여 마한왕이 되면서 전라도는 고조선의 정치적 정통성과 문화적 유산을 이어받은 한국 고대사의 정통성을 전수받든 상징적 중심지가 되었다. 오늘날 전라도의 음악, 미술, 문학, 음식 등은 그런 전통 위에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태조 이성계가 전주 이씨였으므로 전라도는 근세조선의 정통성도 이어받았다.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을 중심으로 호남 주민들이 단결하여 왜적을 막아냈으므로 호남이 아니면 나라도 없다(若無湖南是無國家)는 말이 생길 정도로 긍지를 가진 지역이 되었다. 동학운동, 광주학생의거와 암태도 농민운동 등 민중 저항운동의 본거지이기도 하였으며 해방후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처럼 역사적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전라도가 <전라도 1000년사>를 발간하여 주민들의 긍지를 살리고 호남이 한국사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많은 문제점 가운데 저극적으로 고려햐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 고조선의 역사를 bc2333년에서 bc7세기로 낮추고 고조선의 강역을 한반도 안으로 축소시킨 것이다. 이것은 식민사학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으로 오늘날 한국사에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다. 고조선이 bc2333년에 건국되었다는 것은 삼국유사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고 중국측 기록에도 bc11세기에 조선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고학적으로도 청동기 유물인 고인돌 등 유물이 대량 나타나고 있고 고조선 시대의 유물이 고인돌이 전라도 지방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전라도 지방이 왜의 치하에 있었던 것처럼 기술한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전라도에 살던 마한인들이 왜를 건설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기원전 2세기부터 마한 사람들이 기름진 일본에 건너가서 원주민들에게 벼농사를 가르치고 청동기 문명을 가르친 것은 요시노가리 유적 등 많은 고고학적 유물이 있다. 분묘 형식도 마한과 왜의 전방후원분 묘제가 공통점을 갖는데 이것도 마한의 일본 진출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한중일 3국간에는 치열한 역사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강변하고 있고 일본은 러일 전쟁때 독도를 강점한 것이 분명함에도 영유권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한국사의 입장에서는 최근 중국이 자기들의 조상으로 포함시킨 치우는 고조선의 치우천왕을 말하는 것이고 은허의 갑골문은 동이족 즉 한민족의 문명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의 고대사의 내용은 많은 부분이 한국사의 인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사에 대한 한국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난날 우리나라는 힘이 약하여 현재 만주 지방에 남아있는 조상들의 문화유적이 한국인들의 유산이란 것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대에 한국이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것으로 왜곡되고 있다. 일본을 개척하고 문화를 전파하였으나 거꾸로 일본이 한국을 지배한 것으로 왜곡되는 경향마저 있었다.

 

결론적으로 ‘전라도 1000사’를 저술하여 전라도의 주체성과 고유한 특성과 문화를 가르치고 자부심을 기르려는 의도는 좋지만 거꾸로 한국사를 외국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 책이 공식으로 출판되기 전에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잘 시정하여 전라도의 전통과 문화를 높이고 한국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전라도 1000년사’가 발간되도록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김충환 

평화통일연구원 이사장

북한종교와신앙의자유국제연대 공동대표

전 대한민국헌정회 사무총장

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원장

전 국회의원(17, 18대, 서울 강동갑)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전 강동구청장(민선 1,2,3기)

 

※외부 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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