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플라스틱-⑨] ‘안쓴다며, 왜 역행하는데’

신경호 기자 | 기사입력 2023/11/10 [09:02]

[행동하는 플라스틱-⑨] ‘안쓴다며, 왜 역행하는데’

신경호 기자 | 입력 : 2023/11/10 [09:02]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1회용품 규제 정책을 철회한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3차 INC를 앞두고 한국정부가 플라스틱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지난해 3월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며 175개국이 합의한 것으로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극적인 감축, △재사용 시스템 촉진, △화학 물질 사용 금지, △미세플라스틱 규제 등이 오른다.

 

3차 INC는 2023년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케냐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 캐나다에서 4차가, 하반기에 마지막 5차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 9일 광화문광장에서 한국환경회의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활동가들이 기자회견문 낭독 후 플라스틱을 옷에 두른 사람들, 플라스틱이 몸에 잔뜩 박힌 동물이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들이 광화문에 모인 이유는 정부가 지난 8일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이컵과 빨대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한 데 따른 항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계도 기간을 진행했고, 오는 23일 계도 만료를 앞두고 다시 유예했다.

 

녹색연합, 서울환경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으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이날 광화문에 모여 “(정부는)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주체임에도 최근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실행 철회,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제도 철회 등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소각대안연맹(GAIA) 문도운 활동가는 “국제사회는 이미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온실가스의 배출,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할 마법 같은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면서 “폐기물 처리 단계에만 집중하며 플라스틱에 대한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을 키우려고 하는 한국정부의 접근방식은 국제사회의 위기의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보연 국제사업팀 팀장은 “플라스틱은 석유화학산업의 생산물로 다양한 화학물질을 포함하며, 이로 인해 사용자는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플라스틱 재활용의 비율은 매우 낮고, 재활용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이전에 사용된 유해물질이 재활용 제품에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환경연대 강우정 활동가는 최근 한국 정부의 1회용품 규제 완화와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 철회를 근거로 협약에 역행하는 국내 정책 기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담당부처 환경부의 역할은 이러한 협약의 내용을 국내에서 이행해내는 것에 있음에도 국내에서 규제 완화로의 흐름을 고집하는 것은 담당 부처로서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자원순환팀장은 “한국 정부는 지금 국내 산업계를 앞장서 보호하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규제는 없이, 오로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화학적 재활용 확대와 재생원료 생산 확대 중심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생산 감량 목표와 비율을 명확하게 설정할 것,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위한 규제 강화 및 예정대로 1회용품 규제를 제대로 시행할 것,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을 한국 정부에게 요구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문 낭독 후 플라스틱을 옷에 두른 사람들, 플라스틱이 몸에 잔뜩 박힌 동물이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문화저널21 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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