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솟구쳐 오르기2 / 김승희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1/28 [09:15]

[이 아침의 시] 솟구쳐 오르기2 / 김승희

서대선 | 입력 : 2019/01/28 [09:15]

솟구쳐 오르기 2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개구리가 바위 밑에서

자그만 폭약처럼 튀어가는 것이나

빨간 넝쿨장미가 아파아파 가시를 딛고

불타는 듯이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나

민들레가 엉엉 울며 시멘트 조각을 밀어내는 것

이나

검은 나뭇가지 어느새 봄이 와

그렁그렁 눈물 같은 녹색의 바다를 일으키는 것

이나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삶은 무게에 짓뭉그러진 나비알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존재는

무서운 사과 한 알의 원죄의 감금일 뿐

죄와 벌의 화농일 뿐 

 

# ‘용의 수염’을 갖고 싶지 않은가? 용의 수염을 타고 높이 솟구쳐 올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도 있고, 내게 닥쳐오는 거대한 충격도 줄일 수 있고, 마구 흔들어 대는 진동도 줄일 수 있는 도구가 있다. 이 도구는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기도 하고 우리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용수철(龍鬚鐵, coil spring)은 청동기 시대부터 사용되었으며, 십 오세기경 유럽에서 중국을 통해 들어오게 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탄력성이 좋다는 용의 수염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용수철은 철사를 나선 모양으로 감아서 만든 것으로 구조는 단순하지만 일상에서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용수철의 쓰임으로는 샤프 버튼, 침대 매트리스, 스카이 콩콩, 자동차 바퀴 축의 충격 흡수장치, 볼펜, 장난감 총. 트램펄리, 방문 자물쇠, 쿠션의자. 초인종 버튼, 펀치, 쥐덫, 스테이플러,  완력기, 태엽장난감, 줄자 등에 사용되고 있다.

 

“상처”에는 신체적 상처와 ‘정서적으로 구멍 난 살’이 있다. 신체적 상처는 외상치료로 회복이 눈에 보이지만 정서적 상처는 자존감(sief-esteem)의 상처이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들어나지 않을 수 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면 자신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기 속에는 ‘사회적 자기(Me)’와 누구도 훼손 할 수 없는 ‘진정한 자기(I)’가 있다. 상처 입은 것은 ‘사회적 자기’이다. 사회적 관계와 관계 속에서 입은 상처란 그때그때 처분해 버려야 할 폐기물과 같다. “상처”를 재활용하여 “상처의 용수철”을 만들어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고통과 좌절과 슬픔으로 부패한 상처의 폐기물이 우리의 정신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하의 추위와 폭설을 견디고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흔들리는 것”을, “민들레가 엉엉 울며 시멘트 조각을 밀어내는 것”을 보라고 시인은 전언한다. 누군들 ”상처“없는 지상의 삶이 있는 가 돌아보라 한다. 우리도 선택할 수 있다. “상처”를 슬픔과 고통과 좌절의 재료로 쓸 것인지, 아니면 “상처의 용수철”을 만들어 다시 한 번 더 높이 세상을 향해 솟구쳐 오를 것인지는 당신 선택에 달렸다. 당신이 결심만 한다면, 당신도 ‘용의 수염’을 지닐 수 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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