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제비 / 이윤학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3/04 [09:10]

[이 아침의 시] 제비 / 이윤학

서대선 | 입력 : 2019/03/04 [09:10]

제비

 

집 질 자리를 고르는 듯, 지붕 위에 앉은

한 쌍의 제비가 재잘거리는 걸 본다.

제비의 말은 너무 빠르다. 제비의 말은

너무 길다. 나는 알아듣지 못한다.

제비들은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는지, 알아듣는지

모른다. 언젠가 살아본 곳이라는 듯

오랜만에 찾아와 할 얘기가 끝없이

밀려 있다는 듯, 제비는 나란히 앉아

재잘거린다. 제비들이 보고 있는 곳이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상처를 감추려는 사람은 어느새

말이 많아진다는 생각, 허공 속으로 눈길을 돌린다는

생각...... 제비는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다.

 

# ‘저기 저 느릅나무나 홰나무는 둥지로 쓰기에 좋은 구멍도 많은데, 거기에 깃들면 될 것을 왜 걱정하니?’ 라고 “집 질 자리를 고르는 듯, 지붕 위에 앉은/한 쌍의 제비가 재잘거리는 걸 본” 다산 정약용이 물었다. ‘그러면 편한 줄 모르는 바 아니지요. 그렇지만 느릅나무 구멍에는 이따금씩 황새가 쳐들어와서 제 집이라며 그 날카로운 부리로 콕콕 쪼아대지요. 홰나무 구멍 속에는 구렁이가 슬금슬금 들어와 새끼들을 다 잡아 먹는 답니다. 그러니 열심히 진흙을 물어다 처마 밑에 둥지를 지을 밖에요’.

 

“제비”의 지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비가 참새처럼 맛이 있었다면, 자신의 꼬리가 공작새처럼 화려하거나 아름다웠다면, 사람들이 자신들을 그냥두지 않았으리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랴 동화 속 흥부아저씨에게 은혜 갚는 모습을 보였으니 사람들이 자신의 집 처마를 기꺼이 내어 주는 것이다.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이란 자기 자신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여 타인의 생각, 감정, 지식 등을 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조망수용에는 정서조망 수용, 언어조망 수용, 사회적 관계에서의 경험과 조망수용 등이 있다. 이런 조망수용 능력이 고루 발달하게 되는 시기인 14세경 까지, "제비들의 말”과 자연이 들려주는 말들에 귀와 눈을 여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지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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