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백두산 높이가 2,744 아닌 2,750m라고?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6/28 [09:49]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백두산 높이가 2,744 아닌 2,750m라고?

윤학배 | 입력 : 2023/06/28 [09:49]

벤치마크를 잘하자, 해발고도의 시작 

 

우리가 일상생활이나 경제 분야에서 많이 쓰는 용어중 하나가 벤치마크이다. ‘벤치마크 잘해 봐라’ ‘벤치마크가 중요 하다’ 라고 표현하듯 말이다. 다른 것을 측정하고 비교하는데 가장 기준이 되고 또 아주 잘하고 있기에 따라서 할 만한 본보기가 된다는 의미로 경제나 금융시장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당연히 벤치마크가 틀리게 되면 시작점이 다르기에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이 벤치마크가 의외로 바다에서 유래하고 있다.

 

우리가 산의 높이를 이야기하거나 지도에 표시할 때 한라산은 해발고도 1,950m, 백두산은 2,744m 처럼 해발고도(海拔高度) 몇 미터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우리가 해발고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곳을 ‘수준원점(水準原點)’이라 하는데 이 수준원점이 영어로는 ‘Bench Mark’ 라고 한다. 우리가 남이 잘한 것이나 좋은 것을 벤치마크 한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당연히 우리가 이야기 하는 산의 높이는 우리나라의 해발고도 기준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당초 수준원점은 인천 앞바다의 평균 해수면이었으나 매립이나 항만 개발 등으로 지형이 변화하게 되면서 1963년 인하대학교 교정으로 옮겨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곳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나라 육지의 해발고도를 측정하게 되는데, 이 수준원점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수준점(水準點)으로 우리나라에만도 전국 약 7천여 개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등산하는 도중에 ‘+’ 표시가 되어 있는 하얀 시멘트 또는 화강암으로 된 말뚝이나 금속표지를 가끔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수준점이다. 

 

백두산이 2,750미터라고!

 

우리는 우리 수준원점인 인하대학교 교정을 벤치마크로 하여 측정한 한라산의 해발고도 1,950m, 백두산 2,744m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 아는 것처럼 백두산은 북한 땅에 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의 수준원점과는 달리 원산 앞바다를 수준원점으로 삼고 있다. 

 

이 원산 앞바다의 수준원점이 우리 인천의 수준원점보다 6m 낮은 곳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북한에서 백두산은 우리처럼 해발고도 2,744가 아닌 2,750m 이고 한라산은 1,956m로 우리보다 6m더 높게 되는 것이다.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부르고 있는 중국은 텐진(천진) 앞바다를 수준원점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 벤치마크보다 5m 낮기에 백두산은 중국기준으로는 2,749m가 된다. 국제적으로는 북한도 엄연한 UN 회원국이기에 북한에 있는 백두산은 북한의 기준을 따르게 되어 있다. 우리는 백두산이 2,744m라고 이야기 해도 국제적으로 2,750m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는 해방이후 갈라져서 언어나 풍습 등 많은 것이 달라져 가는데 한반도의 높이를 측정하는 수준원점도 상이해서 한라산이나 백두산의 높이가 서로 다르게 되었다. 남.북간에 서로 더 많이 달라져서 완전히 이질적으로 변하기 전에 정치적이지 않은 작은 것들 부터라도 통일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태로 시간이 더 지나버리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와 북한이 이태리어나 스페인어처럼 동일한 언어로 같은 뿌리에서 나왔는데 서로 다른 언어가 될 까 걱정이 된다. 앞으로 여건이 되면 남북한이 벤치마크라도 우선 통일해 보았으면 한다. 바다처럼 넓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벤치마크가 다르면 당연히 결과도 다르다. 그만큼 모든 것의 기준이자  시작이기에 중요하고 잘 지켜져야 한다. 바다에서 시작되고 바다가 기준인 수준원점 벤치마크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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