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노래 Amazing Grace의 그림자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9/25 [14:51]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노래 Amazing Grace의 그림자

윤학배 | 입력 : 2023/09/25 [14:51]

오래된 바다 용어에 ‘black cargo’라는 말이 있다. ‘검은색 화물’이라니 검은색으로 포장한 화물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의미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과거 대항해 시대에 노예무역은 소위 돈이 되는 장사였다. 흑인 노예들은 그저 사고 파는 대상인 화물이었다. 바로 이 흑인 노예들이 당시 검은 화물 즉 black cargo라 불리었다.

 

때로는 ‘검은 황금’이라 불리기도 했다. 여하튼 화물이니 당연히 여객선 아닌 화물선에 실려 운송이 되었고 화물이기에 갑판이 아닌 물건을 싣는 배 밑바닥 화물창에 짐짝처럼 아니 실제로 짐짝으로 실려서 신대륙으로 팔려갔던 것이다. 1800년 전후 영국은 전체 노예 무역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노예무역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챙겼다. 그러다가 1833년 개과천선한 영국이 영국인과 영국선박에 의한 노예무역을 금지한 이후에도 신대륙의 플란테이션 농업에 필요로 했던 노예무역은 단속의 눈을 피하거나 다른 나라의 선박을 이용하면서 성황을 이뤘다.

 

▲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 스틸 컷

 

만약 영국의 단속함정이 노예무역선에 접근하면 흑인노예들은 화물을 버리듯 바다에 그대로 던져지기도 하였다, 1833 노예무역을 금지한 이후 영국은 세계의 주요항로에서 해군을 동원해 순찰을 돌면서 노예무역을 단속하였는데 여기에서 적발되면 당시 노예 1인당 100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이는 어마한 거금이어서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흑인노예들은 산채로 바다에 던져지기 까지 하였다고 한다. 당시 런던의 1년 평균 집세가 70파운드 정도였으니 100파운드면 지금의 가치로 수천만원 정도의 거금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단속에도 1890년대 까지도 바다에서는 불법적인 노예무역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신대륙에서 노예가 필요한 이유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플란테이션 농업에 있었다. 1,80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 당시까지 노동력의 공급원이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전염병 등으로 사실 거의 멸종단계에 들어가 그 인력을 활용할 수 없는 지경이었기에 힘 좋고 뜨거운 기후에도 잘 견디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그 대체인력이 되었던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최소한 1천만에서 2천만 정도의 흑인들이 당시 아프리카에서 북미와 중남미로 끌려오거나 팔려왔던 것이다. 흑인 노예의 주된 수요처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플란테이션 농장으로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사탕수수 농장과 커피농장 그리고 미국 남부지방의 면화 농사를 위한 면화농장이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어메이징한 스토리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미국인의 영혼이 녹아있는 노래라 불린다. 실제로 미국인이 가장 많이 부르고 좋아하는 대표적인 찬송가이다. 미국인에게는 우리의 아리랑과 같다고 보면 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백인우월주의 청년에 의한 총기난사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식에 참석하여 연설하던 말미에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이 찬송가를 불러 진한 감동을 주었던 바로 그 노래이다.

 

백 마디 연설보다 이 노래 하나가 더 많은 메시지를 주었을 듯하다. 낮고 잔잔한 리듬과 가사가 영어를 알던 모르던 공통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그런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원조는 영국이다. 그럼에도 영국에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미국에서 각광을 받게 되는데, 특히 남북 전쟁당시 사망자를 추도하고 전쟁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노래로 불리면서 미국인의 영혼의 노래(soul song)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후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가들 사이에도 널리 불리운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 자체는 원래 영국의 민요로 새로 작곡한 노래가 아니다. 현재 불리어 지는 노래 가사는 영국 노예무역선의 선장으로서 노예무역에 종사하다가 성공회 신부가 된 존 뉴턴(John Newton)이 1779년 지었다. 은혜가 넘치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노예무역선이라니 전혀 상상밖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 뉴턴 신부가 노예무역에 종사하면서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에 대한 회개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에게 자신의 용서를 바라고 자비를 구하는 내용이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신 주님의 은혜’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뉴턴 선장은 노예무역선에 승선해 있으면서도 평일에는 흑인 노예를 보면서 관리도 하였지만 양심이 찔리고 가책을 느껴서 일요일만큼은 흑인노예들을 일부러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의 참회와 용서가 과거와 현재가 계속 비교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가사에 그대로 녹아있다. 

 

“I once was lost, but now I am found, Was blind, but now I see.“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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