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용의 해에 바다에서 용꿈을

윤학배 | 기사입력 2024/01/16 [10:50]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용의 해에 바다에서 용꿈을

윤학배 | 입력 : 2024/01/16 [10:50]

2024년은 용의 해이다. 그것도 푸른 용인 청룡의 해라고 한다. 어릴 적 초둥학교 가을 운동회에서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달리곤 했던 바로 그 청군의 청룡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항상 청군이 좋았다. 백군은 아무 색도 없는 데 비해 청군은 푸른색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용을 보는 시각은 동서양이 참으로 극명하게 다르다. 물론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 시각이나 인식이 동서양이 매우 다르기는 하지만 이 용에 대한 시각처럼 극과 극인 경우도 많지 않다고 보여진다. 다 아는 것처럼 동양에서 용은 그야말로 부와 출세와 명예의 상징이다. 황제나 왕의 상징이 용이었으며 출세의 지름길이 등용문(登龍門)이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간밤에 용꿈이라도 꾸었다면 바로 로또를 살 정도이니 용은 말 그대로 최고이자 출세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서양에서의 용은 전쟁과 악의 상징으로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성경에서도 용은 악의 화신인 사탄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이렇듯 서양에 내재된 용에 대한 인식이 아시아 초원지대에서 시작된 기마유목 민족인 흉노의 일족인 훈(Huns) 족과 몽골의 서양 정벌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보여 진다. 

 

실제로 훈족은 아틸라(Attila)의 지휘아래 5세기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촉발하여 로마시대를 흔들어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몽골은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와 더불어 유럽을 절망케 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바로 훈족과 몽골은 서양인에게 용과 같은 악마로 보여 지기에 충분했다. 성경에서도 저주와 악마의 대상으로 바다의 용의 모습이 자주 언급된다. 특히 욥기에 나오는 레비아탄(leviathan)은 용에 대한 서양의 인식을 잘 표현해 준다.  

  

그러나 용의 해를 맞아 우리는 바다에서 용의 꿈을 꾸었으면 한다. 요즘은 기후변화가 현실 앞에 와있다. 이 기후변화 속도를 완화하거나 조절하는 방법은 우리는 바다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구 기후의 결정인자는 80%가 바다에 있고 지구 산소 공급은 절반이 바다이며 이산화탄소의 50%를 바다가 흡수하고 있으니 바다를 떼어 놓고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그 대응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더욱이 이제 육지에서는 더 이상 묘지나 쓰레기 매립이나 소각장을 신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님비 현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육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 또한 바다와 무인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바로 2024 CES였다. 이 CES에서 확인되듯이 지금은 AI와 반도체가 주도하는 4차 산업 시대이다. 이 4차 산업시대의 주역이자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 필수불가결한 자원은 리튬 등 희토류이다. 

 

그런데 이 희토류는 우리는 육지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공급할 수 없다. 그 대안이 바로 바다에 있다. 우리는 다행하게도 남태평양 공해상(C-C해역) 등에 우리 남한 면적보다 더 넓은 심해저(深海底) 광구를 확보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희토류 독립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심해저 바다밑 광산에 리튬, 망간, 코발트 등 30여종의 희토류가 함께 뭉쳐있는 망간각의 형태로 엄청나게 분포되어 있다. 이처럼 바다에서 희토류 독립이 가능하게 된다면 이는 바로 우리에게 용꿈이 실현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제 항해를 막 시작한 새해에 수많은 많은 도전과 역경이 우리들 앞에 있다. 그러나 해도(海圖) 한 장 없이 망망대해를 향해 용감하고 대담하게 항해했던 초기 항해가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 앞의 도전과 역경은 이 또한 이겨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해답을 바다에서 찾아보자. 

  

나는 바다를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 진다’ 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새해에는 청룡의 해에 맞게 각자 용꿈을 꾸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용꿈이 바라는 대로 꼭 이루어져서 올해 말에는 우리 모두 만선(滿船)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24년은 우리 모두에게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진정한 바다의 해일 것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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