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영국 왕실 사전에 군 미필은 없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8/23 [08:34]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영국 왕실 사전에 군 미필은 없다

윤학배 | 입력 : 2023/08/23 [08:34]

해군으로 입대하라

 

영국 왕실의 남자들은 대대로 예외없이 군에 복무하는데, 그중에서도 우선적으로 해군에 복무하는 것이 전통이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얼마전 작고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조부이자 윈저 왕가를 연 조지 5세와 아버지 조지 6세는 모두 해군에 장교로 복무하여 1차 대전에 참전한바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스스로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여왕은 2차 대전중 캐나다로 잠시 피해 있으라는 말을 단호히 거부하고 자원입대하여 영국의 국방군에 장교로 자원 입대하여 보급 장교로서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2021년 99세에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 공도 해군 대위로서 해군함정의 갑판사관으로 2차 세계대전 기간중 참전한 바 있다. 

 

영국여왕의 뒤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은 현 국왕인 찰스3세도 1970년대 해군에 입대하여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였고 왕실은 아니지만 영국을 2차 세계대전의 패배에서 구한 처칠 수상도 1차 세계 대전중에 해군 장군으로서 영국해군을 지휘한 한 바 있다. 

 

영국이 바다의 국가이니 당연히 해군에 입대하는 전통이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영국왕실이 솔선수범해서 군대에 입대를 하고 심지어는 전쟁에 참전을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참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 군 미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나 엘리트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자 아쉬운 대목이 아닐까 한다. 

 

▲ Royal Yacht Britannia(브리타니아호) ⓒNational Historic Ships UK

 

영국왕실에는 전용선박이 있다?

 

통상 국가에는 왕이나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을 위해 사용되는 전용비행기가 있다. 전용비행기를 국가가 직접 소유하기도 하고 임대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도 공군1호기(Air Force One)라 불리는 대통령 전용비행기가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이 이용하는 전용 기차(Train One)가 별도로 편성되어 있는데 이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런데 영국에는 여기에다 해양국가 답게 왕이나 왕실이 이용하는 전용선박이 있었다. 영국왕실의 전용 선박은 단지 여행하는 운송수단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외교의 수단이었다. 이 왕실전용 선박의 이름은 영국을 상징하듯이 ‘브리타니아’(Britannia)호인데,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한 이듬해인 1953년 진수되어 1997년 퇴역할 때 까지 44년간 전 세계 주요 국가를 항해하고 방문하면서 해양국가 영국의 자존심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 외교사절의 역할을 하였다. 

 

이 선박에는 레이건이나 클린턴 또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 등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되어 여왕과 식사를 하거나 연회에 참석하기도 하는 등 브리타니아 호 초대는 곧 세계명사 대열에 합류함을 인정받는 하나의 증표였다. 그러나 사람도 수명이 있듯이 브리타니아 호는 그 찬란한 역사를 뒤로하고 1997년 퇴역을 한다. 

 

이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왕실 전용선박을 건조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당시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문제와 더불어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 등 왕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으로 새로 건조가 되지 않아 현재는 왕실의 전용선박이 없는 상황이다.

 

많은 영국인들이 매우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현재 브리타니아호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 항에 정박되어 과거의 화려함과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해양국가라는 사실과 영국인들의 바다에 대한 애정을 고려하면 조만간 왕실전용 선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도 대통령 전용선박을 갖자

 

우리나라는 대통령 전용선박이 당연히? 지금도 없고, 과거에 있어 본적도 없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나 실질적으로는 섬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의 전용선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희망해 본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용선박으로 동.서.남해 어느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더 나아가 태극기 휘날리는 전용선박을 이용해 대통령이 일본이나 중국 또는 러시아의 극동지역을 국빈 방문하는 모습을 그려본다면 너무 큰 꿈일까? 

 

우리에게 동해 명칭 문제나 독도 문제는 국민의 자존심에 걸린 문제이기에 그 해결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러나 백 마디 말로 해양 대국과 해양영토 수호를 외치는 것 보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정책의지를 표현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 전용선박 보다 해양에 대한 더 강한 메시지와 의지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도 대통령 전용선박을 가져 보자.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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