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장마철이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어디는 무덥고 다른 곳은 폭우가 내리고 또 오전과 오후가 상반된 날씨이듯 종잡을 수가 없다. 참으로 우리 일상을 짜증나고 힘들게 한다.

그런데 이런 날씨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인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와 꼭 닮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일상 생활에 짜증만 가져오고 애꿎은 우리 어민들과 수산인들에게 피해만 주니 말이다. 정치는 정치이고 과학은 과학이고 일상은 일상이어야 한다. 

서양에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The ocean does not get wet by rain)’ 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바다는 아무리 폭우가 몰아치고 소나기가 쏟아져도 티 하나 나지 않고 티를 내지도 않는다. 다 포용하고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바다가 그만큼 넓고 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다가 가지는 속성을 잘 대변하는 표현이다.

우리말에도 아주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가 있다. 바로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 보았을 법한 ‘해불양수(海不讓水)’이다.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지저분하거나 썩은 물, 흙탕물과 더운물, 찬물을 가리지 않는다. 바다는 항상 낮은 곳에 있기에 한 번도 사양하는 법이 없이 다 받아 준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바다는 다 받아(바다) 주기에 바다야”라고 한다. 참으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농담 아닌 농담이다. 더불어 바다는 소금이라는 무한한 치유력으로 이를 정화하는 것은 물론 생명을 잉태하고 살아가게 해준다. 겸손과 포용과 화합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의 하나라고 한다면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바다 아닐까 생각한다. 

▲ 조업준비로 분주한 어민들의 모습  © 문화저널21 DB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해불양수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고 많이 애용?하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통이 큼과 포용력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바다의 속성은 ‘넒고 깊다’ 라는 물리적인 것 이전에 ‘겸손’이 그 본질이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즘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논란 아닌 논란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해불양수를 닮아 통이 크고 포용력이 넓다고 주장하는 그 많은 정치인들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진정으로 우리 어민들과 수산인들을 생각하고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와 일상의 행복을 고민하고 위하는 ‘바다를 제대로 닮은 정치인’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바다는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비에 젖지 않는다. 비 그치고 이 또한 지나가면 항상 그렇듯이 바다는 다시 찾아온 태양으로 찬란한 빛을 낼 것이다. 우리 수산물은 가장 질 좋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이다.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고 비에 젖지 않는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