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싫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분별

박항준 | 기사입력 2020/03/11 [15:17]

[박항준 칼럼] ‘싫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분별

박항준 | 입력 : 2020/03/11 [15:17]

우리는 떠벌이, 몽상가, 침 튀면서 얘기하는 사람, 찌개에 수저 휘젓는 사람, 이것저것 주제없이 말 많은 수다쟁이, 못생긴 사람, 쓴 소리 하는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그리고는 이들을 조금씩 멀리하게 된다. 비록 그들의 능력이 출중해도 말이다. 

 

그러나 사람을 싫어하는 내 기준들은 절대 선(善)도 아니며, 법적으로 맞는 것도, 항상 바른 윤리기준이 아니다. 불완전한 내 경험과 극히 개인적인 기준(text)일 뿐이다.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싫은 사람들을 분류해 멀리할 뿐이다. 

 

그런데 내가 멀리하는 이들이 나쁜 사람인가? 

 

싫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뼛속까지 사기꾼, 도박중독, 소셜패스, 한탕주의, 돈만 아는 이코노패스, 삶의 계산법이 4차원인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우리가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내가 ‘싫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는 ‘나쁜 사람’을 거르지 않고 ‘싫은 사람’을 멀리하는 경향이 더 높다는 점이다. 

 

‘싫은 사람’을 거르며 살다보니 점점 ‘나쁜 사람’들만 내 주위에 남게 된다. 그들은 ‘나쁜 사람’이지만 나쁜 짓을 해도 우리는 그들을 다시 만나주거나 우리 주위에 남아있다. 

 

나쁜 사람들의 특징은 인간적으로 보이거나 착해 보인다. 아니면 나에게 정겹게 충성된 이들이다. 분명 문제가 있는 걸 알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옆에 둔다. 심지어 헤어졌다가도 얼마 후 다시 만나는 것을 계속 반복한다.  

 

끝이 좋지 않던 대통령들 주위에 누가 있었는지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망해가는 회사의 대표 옆에 누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결국은 나에게 피해를 입히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트를 준다. 이들은 ‘싫은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다. 그런데도 ‘나쁜 사람’들을 내 옆에 두고 연락하고 있다는 것에 놀랍지 않은가? 

 

물론 우리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 문제는 ‘싫은 사람’들은 줄어들고 ‘나쁜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과 섞여 내 주위에 계속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혹 내가 지금 알고, 만나는 사람 중에 착하고, 인간적이거나 나에게는 충성된, 그러나 ‘나쁜 사람’을 만나고 있는가? 술자리에서는 그들에게 당한 무용담으로 욕하고, 조심해야한다고 다짐하면서도 말이다. 

 

자칫 내 주위에 능력이 있으되 ‘싫은 사람’은 다 가버리고 ‘나쁜 사람’들만 남아 있다면 이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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