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카카오의 디지털인더스트리 퀀텀점프를 기대하며

박항준 | 기사입력 2024/01/04 [15:02]

[박항준 칼럼] 카카오의 디지털인더스트리 퀀텀점프를 기대하며

박항준 | 입력 : 2024/01/04 [15:02]

20년 전 인텔의 보안랜카드 사업을 개발할 때다. 인텔 랜칩 안에 보안기능을 삽입하여 강력한 보안 랜카드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인텔과 개발협약 후 그들로부터 받은 칩과 설계도를 보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인텔이 우리에게 제공한 칩은 현재 시판되는 칩이 아니었다. 2년 후 시판될 칩이었다. 미리 미래에 나올 칩을 만들어 놓고 재고소진까지 기다리다 혹 경쟁사가 가격을 낮추거나 신제품이 나올 때의 출시를 위해 미리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2000년 당시 IT붐이 일던 시기 정보통신 기술은 속도전이었다. 보다 작고, 보다 강력하고, 보다 빠르고, 보다 싸게 만드는 속도경쟁이다. 그러나 지금은 속도전이 주춤하는 시기다. I7칩이 나왔어어 소비자들은 I5칩의 노트북을 산다. GPU나 SDD 등 보조기기로 낮은 사양의 CPU 문제를 해결될 수 있기도 하지만 속도경쟁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가 속도의 기술차이를 현저히 인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렇게 기술의 변화속도가 늦어지는 시기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의 퀀텀점프가 필요한 시기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기업이 기존 시장에서 누리던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하는 인더스트리 퀀텀점프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를 위해 경영자들에게 미래철학과 창의적 비전이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네이버는 디지털인더스트리 1.0을 거쳐 2.0으로 퀀텀점프를 한 대표적 기업이다. 검색엔진에서 한게임과의 결합은 큰 위협이 따른 결정이었다. 이후 2.0의 최대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대표적으로 지마켓이나 옥션, SSG와 같이 많은 비용의 광고를 하지 않고도 이미 온라인 쇼핑몰 매출 1위에 올라서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비록 디지털인더스트리 3.0에 속하는 생성형 AI시장에 대한 진입이 늦었다고 시장에서 비난할지 몰라도 한번 인더스크리 퀀텀점프 경험이 있는 네이버의 저력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반면 카카오는 디지털인더스트리 2.0부터 시작한 기업이다. 인더스트리 퀀텀점프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수익모델은 모두 2.0의 전형적 모델인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배민이나 골프존, 야놀자, 무신사 등은 대표적인 2.0 비즈니스모델들이다. 그런데 시대는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포지티브섬 경제인 3.0을 요구하는데 2.0의 수수료 모델에 몰입하다 보니 카카오는 사사건건 문제가 발생한다. 택시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타다금지법이 입법화될 정도다. 지금은 카카오택시 콜비용에 대한 불만으로 시끄럽다. 더불어 카카오의 일부 유료화 서비스도 꼼수로 비난받고 있다.      

 

아마존은 2.0을 탈피하여 완전하지는 않지만 3.0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다. 쇼핑몰이 분기별로 15조씩 적자를 내고 있지만 수수료를 올리지 않는다. 아마존과 연동된 AWS사업으로 50조씩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중심의 소비자 부담을 없애고, 기업 대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인지도와 수익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포지티브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에 대한 지금의 비난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무료 서비스 카카오에 대한 소비자 배신이나 배은망덕이 아니다. 혁신의 상징 카카오에 대한 디지털인더스트리 3.0으로의 퀀텀점프 요구에 대한 시장의 표현일 뿐이다. 주가가 이를 말해준다. 시장이나 소비자의 짜증은 카카오가 미처 보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카카오는 경영진이 바뀌었다. 앞서 인텔처럼 미래의 4.0 비즈니스를 준비해야 할 때 2.0 모델에 발목이 잡히는 형상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징계이자 진정한 혁신의 요구다. 카카오는 타다금지법으로 혁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비난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메신저 ICQ가 네이트온으로, 네이트온이 카카오로 바뀌었듯 시장은 카카오를 잊게 될지 모른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김범수 카카오 당시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2011년 10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카카오톡을 선보인 지 20개월이 채 안 됐을 시점이다. 이 초심이 유지되기 이해서는 카카오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더스트리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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