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작은 꿈 / 이철경

서대선 | 기사입력 2020/10/12 [08:49]

[이 아침의 시] 작은 꿈 / 이철경

서대선 | 입력 : 2020/10/12 [08:49]

작은 꿈

 

전공을 살려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더는 힘들겠다 싶으면,

버스가 하루 서너 번 다니는

산골짜기 촌구석으로 내려가

작은 텃밭을 가꾸며 버스 기사가 될래요

 

쉬어쉬엄 어르신들 태우고

읍내 갔다가 해 떨어지기 전에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 길을 달리며

뽕짝 노래도 틀어 드리고

가끔 흘러간 노래 들려 드리며

추억 여행을 떠나는 버스를 운전할 테요

 

마을마다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고

서산에 노을 질 때는

오래전 사랑했던 당신을 그리며

눈물 훔칠 테요

혹시나 그대, 멀고도 먼 두메산골 이곳

날 찾아온다면

산골 버스에 날개 달아

천국도 보여 줄 수 있다오

곱게 늙으신 어르신처럼

어느 날 불쑥 당신이 찾아와 준다면, 

 

#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뿐이다’라는 전언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전 세계 사람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비대면 생활을 해야 하는 팬데믹으로 우리의 삶의 질과 직업의 양상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미래 사회엔 현존하는 직업의 약 50%가 사라지게 될 것이며, 2030년경에 직업 생활을 하는 사람은 생애주기 동안 적어도 8-10개의 직업을 바꾸어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의 예측이 팬데믹으로 앞당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한 우물만 파면’ 무난하게 직업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IMF를 거치면서 무너져 내렸다. 사람에 따라 그 시기가 다르긴 해도 이제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우리 삶이 유지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이유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직업의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으며, 100세 시대로 접어든 만큼 수명이 길어 졌다. 자녀교육비 부담도 더욱 증가 하고, 물가도 상승하고 있어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책임질 만큼의 부를 축적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또한 팬데믹과 같은 현상이 또 어떤 모습으로 갑자기 우리의 삶을 파고들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위나 자격증이 더 이상 미래 직업 세계의 필수 조건이 아닌 세상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대했던 직업 세계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였다.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지식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암기한 후 시험을 통과하면 직업이나 직장이 보장되었다. 미래 세계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 사회에는 어떤 직업능력이 필요할까? 미래의 직업전략을 세우려면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폴리매스(Polymath)’를 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폴리매스의 구성 요소 중 중요한 것은 개성과 호기심이다. 개성이란 자신의 중심을 향해 알아가는 것이며, 호기심은 자신의 경계를 넓혀가는 것이다. 즉, 변하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향해 뻗어나갈 수 있으며, 다양한 방향으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을 ‘폴리매스’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지금 가족들을 위해 “전공을 살려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더는 힘들겠다 싶으면,” 이라고 단서를 붙인다. 시인도 이미 몇 번의 실직과 이직을 겪었으며,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도 자신이 원하는 노후의 삶을 보장할 수 없으리란 것도 알고 있다. 시인은 노후를 “흙먼지 날리는” “산골짜기 촌구석” “버스 기사”가 되고 싶어 한다. 단순히 돈만을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만 남아있을 “촌구석”에서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직업을 택하고 싶어 한다. 골짜기에 흩어져 있는 마을마다 들려 “쉬엄쉬엄 어르신들을 태우고”, “뽕짝 노래도 틀어 드리고/가끔 흘러간 노래 들려 드리며” 살고 싶은 “작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랴, 깊은 산골짜기 시골에서 버스 기사가 되고 싶은 이유 중 또 다른 이유는 사랑했던 여인이 “곱게 늙은 어르신 같은” 모습으로 “혹시나 찾아오길” 기다리며 “마을마다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는 저녁을 맞고 싶은 마음도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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