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신년 시(新年 詩) / 조병화

서대선 | 기사입력 2023/01/03 [09:18]

[이 아침의 시] 신년 시(新年 詩) / 조병화

서대선 | 입력 : 2023/01/03 [09:18]

 

신년 시(新年 詩)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무한(無限)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大地)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日月)의 영원한 

이 회전(回轉)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여로를 동행하는

유한한 생명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 ‘사슴 닮은 아이들이 꼴찌 없는 운동회를 만들었군요’ 출발 총소리가 울리자 결승 지점을 향해 달리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그리곤 한참 뒤처진 친구가 아주 힘겹게 발을 내딛는 곳으로 뛰어가 모두 함께 손잡고 아픈 친구의 발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달려 골인 지점에 ‘모두 일등’으로 들어왔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가슴이 따스해졌다. 운동장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박수치며 환호했고,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동행’하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우정에 학부모님들도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어른들이 잊고 있던 아름다운 행동을 몸소 실천한 용인 J 초등학교 운동회 기사였다.

 

‘꼴찌 없는 운동회’ 기사 속 어린이들은 사슴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까? 먹이를 발견한 사슴은 다른 배고픈 사슴들과 함께 먹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 울며 친구들을 부른다고 한다. ‘녹명(鹿鳴)’ 의 비유 속에는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고 전언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내 안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전하고 지키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란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할 때, 더 우수한 유전자의 형태로 살아남는다고 하였다. 호모사피엔스인 우리는 밈(meme)이 생명 진화 과정에 작용한 ‘자기복제자’ 다. 한 사람이나 집단으로부터 더 나은 지성으로 생각과 믿음이 전달될 때, 밈은 모방을 거쳐 뇌에서 뇌로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하며 진화할 수 있는 존재다. 아픈 친구를 배려하고, 도와주고, 달리기 경주에서 손잡고 함께 달린 어린이들의 행동은 냉혹한 자본주의 경쟁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해야 미래에 잘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다.

 

“한 해가 가고/한 해가 오는/영원한 일월(日月)의 영원한 /이 회전(回轉)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약속된 여로를 동행하는/유한한 생명’ 이다. “오는 새해는/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가까이 이어” 질 수 있도록 좋은 일은 사슴처럼 동료들과 함께하고, ‘꼴찌없는 운동회’를 만든 어린이들처럼 조금 뒤처진 친구도 기다려주고,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과 손에 손잡고 함께 가는 새해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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