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과오는 시인했지만…외압 규명 못한 공정위 TF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 인정 안한 것 잘못”…반쪽 결론에 논란

박수민 기자 | 기사입력 2017/12/20 [10:28]

과거 과오는 시인했지만…외압 규명 못한 공정위 TF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 인정 안한 것 잘못”…반쪽 결론에 논란

박수민 기자 | 입력 : 2017/12/20 [10:28]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 기만적 광고를 낸 애경과 SK케미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오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권의 외압 여부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해 ‘반쪽 결론’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크(TF)는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체적, 절차적 측면에서 일부 잘못이 있었음을 판단한다”했다며 “추가 조사 및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또한 고개를 숙이며 “시곗바늘을 돌리고 싶을 만큼 판단에 아쉬운 대목이 많다”며 공식 사과했다.

 

TF가 판단한 내용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심의절차 종료, 즉 무혐의로 처분한 애경 및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기만적 광고를 낸 혐의에 대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관련 심의 과정에서 이를 증명할 자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입장을 정식 공문을 통해 듣지 않고, 공신력 없는 전화 통화만으로 처리해 제품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는 이유로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이후 공정위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권이 일련의 과정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공정위는 지난 9월 과거 잘못을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해당 TF를 꾸려 재조사에 착수, 사건 처리과정을 조사해왔다.

 

TF는 공정위가 정부기관의 위해성 연구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위해성이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지적했다. 미국 환경청이 CMIT/MIT 독성을 인정을 인정했으며, SK케미칼 측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 자료에도 해당 성분에 독성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음에도 공정위가 위해성 증명을 너무 엄격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 가운데 폐 손상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이미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건 처리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당시 조사를 마친 공정위 실무진이 330억대의 과징금을 부과해 강력히 처벌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9명 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회의가 아닌 3명만 참여하는 소회의를 통해 의결 절차를 마쳐 공정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또 대면회의나 정식 공문 절차를 통하지 않고 전화통화만으로 심의를 진행한 점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다만, 윗선의 외압을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TF는 강제 조사권이 부여되지 않아 정치적 외압에 대한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사결정과정의 법리적인 측면만 따질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더불어 잘못된 조치에 대한 책임자 징계 촉구 등 적극적 행위 요구 없이 유감만을 표해 소극적인 표현에 그쳤다는 점, 이번 TF 구성원 절반 이상이 공정위 근무 경력이 있었다는 점 등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재조사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이후 징계 및 외부기관 감사요청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추가조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화저널21 박수민 기자 sumin@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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